“한국에는 우수한 수학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많고 교육 과정도 훌륭합니다. 양자 이론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7일 인천 연수구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양자퀀텀위크’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리처드 조사 영국 케임브리지대 응용수학 및 이론물리학과 교수(72·사진)는 본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양자컴퓨터가 빠르게 개발되는 지금 같은 때에 기초 학문 투자를 놓치면 안 된다”며 “순수 학문을 놓치면 향후 양자컴퓨터 개발에서 위기를 맞닥뜨렸을 때 학문적 아이디어가 부족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했다.
조사 교수는 본격적인 양자 시대를 연 것으로 평가되는 석학이다. 그는 양자컴퓨터의 기본 계산 원리를 수학적으로 증명한 ‘도이치-조사 알고리즘’을 1992년 영국왕립학회저널에 발표했다. 이 논문은 현재까지 4000회 이상 인용된 양자학계의 ‘스타 논문’이다. 해당 논문을 기반으로 현재 암호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양자 알고리즘인 ‘쇼어 알고리즘’ 등이 등장하면서 양자컴퓨터 개발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IBM, 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양자컴퓨터 개발에 뛰어들면서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기를 앞으로 5∼10년 후로 보고 있다. 조사 교수는 “양자컴퓨터의 상용화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그 전에 양자컴퓨터와 기존 컴퓨터가 결합한 ‘하이브리드 컴퓨터’를 먼저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양자컴퓨터 전 단계인 하이브리드 컴퓨터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는 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현 단계의 양자컴퓨터는 연산 시간이 짧고 오류가 많아 쓰임이 제한적이다. 기존 컴퓨터와 연결해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면 보다 빨리 산업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조사 교수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여러 산업 분야 중에서도 특히 의학에서 큰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자컴퓨터의 핵심은 분자 이하 단위의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조사 교수는 “분자의 움직임이나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은 너무 복잡해 기존 컴퓨터는 계산이 불가능하지만, 양자컴퓨터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이런 이점을 보고 국내 최초로 IBM의 양자컴퓨터 ‘시스템 원’을 도입하고 바이오에 특화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조사 교수는 “아직 양자에 발을 들이지 않은 젊은이들의 두뇌와 창의력이 결국 이 분야의 승패를 결정할 것”이라며 “양자 문해력을 높여 인재들이 자연스럽게 양자를 접하고 배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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