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기록물, 국가폭력-진실규명 담은 희귀자료”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4월 12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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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산림녹화 기록, 세계기록유산에
“6·25이후 황폐화된 산림 녹화 성공
기후변화 민관 협력 대응 본보기”
단양-경북 동해안, 지질공원 등재

‘제주 4·3 기록물’ 가운데 ‘형무소에서 온 엽서’(왼쪽 사진)와 ‘산림 녹화 기록물’ 중 1970년대 경북 영일만 복구 사업을 기록한 사진. 국가유산청 제공
《제주 4·3-산림녹화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제주 4·3 기록물’과 ‘산림 녹화 기록물’이 10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제주 4·3 기록물은 1947∼1954년 제주도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 관련 기록물이며, 산림 녹화(綠化) 기록물은 6·25전쟁 뒤 황폐화된 국토의 녹지화에 대한 자료들이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과 회복을 담은 2건의 기록물들이 인류가 함께 기억해야 할 유산으로 인정받았단 평가가 나온다. 이번 등재로 한국은 훈민정음과 난중일기, 4·19혁명 기록물,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등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0건을 보유하게 됐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산림 녹화 기록물’에는 1960, 70년대 국토 황폐화 방지와 화전민(火田民) 생활 안정을 목표로 실시된 ‘화전 정리 사업’ 관련 자료도 포함됐다. 위쪽 사진은 화전민이 이주 중인 모습. 제주도에서 벌어진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을 기록한 ‘제주 4·3 기록물’ 역시 함께 등재됐다. 산림청·국가유산청 제공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산림 녹화 기록물’에는 1960, 70년대 국토 황폐화 방지와 화전민(火田民) 생활 안정을 목표로 실시된 ‘화전 정리 사업’ 관련 자료도 포함됐다. 위쪽 사진은 화전민이 이주 중인 모습. 제주도에서 벌어진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을 기록한 ‘제주 4·3 기록물’ 역시 함께 등재됐다. 산림청·국가유산청 제공
‘제주 4·3 기록물’과 ‘산림 녹화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됐다. 1997년 ‘훈민정음(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 등재로 첫발을 디딘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이제 20건으로 늘어났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와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10일 오후(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21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제주 4·3 기록물’과 ‘산림 녹화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최종 등재됐다. 1992년부터 시작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은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판단되는 인류의 주요 기록들이 선정 대상이다. 책과 사진, 지도, 악보, 음성기록물 등을 포함한다.

‘제주 4·3 기록물’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도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과 관련된 기록물을 일컫는다. 당시 희생자와 유족의 피해신고서 및 구술 증언, 민간과 정부 기관의 진상 규명 과정 등 1만4673건을 아우른다. 정부와 미군, 봉기 세력 등 이해당사자들이 각자 생산한 기록물들도 포함됐다.

4·3 기록물은 냉전이 확산되면서 지역별로도 발생했던 당시 세계적인 양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희귀한 자료로 평가됐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는 “국가 폭력과 진실 규명, 역사적 화해의 과정을 담은 기록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며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회복이 세계가 함께 기억해야 할 가치 있는 기록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은 “4·3 영령과 희생자, 유족에게 기록물을 전달하고 싶다”며 “이번 등재를 계기로 상처가 조금은 아물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산림 녹화 기록물’은 6·25전쟁 이후 황폐화된 국토에서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산림 녹화(綠化)에 나선 경험을 담은 자료다. 녹화 사업과 관련된 관보, 법령, 책자, 사진 등 9619점으로 이뤄졌다. ‘대규모 사방사업(砂防事業·황폐지 복구 예방 사업)’, ‘화전정리사업’ 등에 관한 기록물은 다른 국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로 평가받았다.

국가유산청은 “한국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르며 산림 녹화에도 성공한 거의 유일한 국가로 꼽힌다”며 “기후변화 대응과 사막화 방지 등 국제적 이슈에도 본보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등재로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20건을 보유하게 됐다. ‘승정원일기’(2001년)와 ‘동의보감’(2009년) ‘5·18민주화운동 기록물’(2011년) ‘난중일기’(2013년) ‘4·19혁명 기록물’(2023년) 등이 등재돼 있다.

한편 이날 유네스코 집행이사회는 충북 단양지질공원과 경북 동해안지질공원, 북한 백두산을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했다. 이로써 국내 세계지질공원은 강원 한탄강과 광주 무등산 등 7곳으로 늘었으며, 북한은 처음으로 세계지질공원을 보유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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