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최석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감독.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중국어,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가 모든 공연예술인에게 선망의 무대인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의 선택을 받은 것에 유럽 문화계 인사들이 많이 놀라고 있습니다.”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최석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감독.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최석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감독(예술경영지원센터)은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26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의 공식 초청언어로 한국어가 최근 선정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최 감독은 “나 스스로도 언어 사용자 수나 영향력 측면에서 중국어가 선정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한국어, 그리고 한국 문화의 역동성이 유럽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아비뇽 페스티벌에 오를 한국의 공연 전시 작품을 제안하고 주최 측과 조율하는 총괄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고 있다.
21일 프랑스 남부 아비뇽에서 열린 세계 최대 공연축제 ‘2025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 최석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감독(오른쪽 위)은 내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선보일 한국 작품들을 주최 측과 조율하는 총괄 코디네이터를 맡았다. 아비뇽 페스티벌 제공아비뇽 페스티벌은 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국제페스티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홀란트 페스티벌과 더불어 세계 3대 공연 축제로 꼽힌다. ‘언어 교류를 통한 문화 다양성 복원’을 모토로 2022년부터 공식 초청언어 세션을 선정해 운영해 왔다. 이를 두고 타 문화권에 다소 배타적이었던 아비뇽 페스티벌에 변화의 바람이 시작된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2022년 영어, 2023년 스페인어에 이어 올해는 아랍어 문화를 주제로 페스티벌이 진행됐다. 최 감독은 “20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비프랑스권 공연은 물론 영어 자막 제공조차 적었는데 큰 변화가 프랑스 문화계에 불고 있다”고 했다.
내년에는 아시아권 최초로 한국어 특별 세션이 진행된다. 최신 유행의 한국 공연 전시가 아비뇽에서 펼쳐지고, 한국의 음식과 술 등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한국어를 매개로 작품 활동을 하는 외국인 예술가들의 작품도 소개될 예정이다. 그는 “국내에선 한국어가 단일 민족인 우리만 쓰는 언어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지만, 이미 세계는 한국어의 확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비뇽 페스티벌 측은 남북한을 아우를 수 있는 예술가 초청도 검토했다. 최 감독은 “아직 성사 여부는 밝힐 수 없지만, 언어를 통해 극단으로 분열된 세계를 치유해 보자는 게 아비뇽 페스티벌의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아비뇽 페스티벌에선 공연 개최뿐 아니라 향후 유럽의 각종 무대에 오를 작품에 대한 계약도 진행된다. 일종의 쇼케이스가 진행되는 것. 최 감독은 “아비뇽이라는 문화 이너서클에 한국 문화를 일회성으로 소개하는 것을 넘어 좋은 예술가들이 유럽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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