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전시회 ‘다시 그린 세계 2025’가 8일 일본 도쿄 신주쿠의 주일한국문화원 1층 갤러리MI에서 개막했다. 관람객들이 한국화가 박그림의 ‘심호도 월광과 일광’(오른쪽)의 작품 설명을 듣고 있다. 도쿄=황인찬 특파원 hic@donga.com
8일 오후 일본 도쿄 신주쿠의 주일한국문화원 1층 갤러리MI. 조선 임금의 옥좌에 마이클 잭슨이 근엄한 자세로 앉아 있다. 오른팔을 내리고 왼쪽 어깨를 올려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이다. 한국 화가 손동현의 ‘왕의 초상’은 이렇게 20세기 팝의 황제가 조선의 옥좌에 앉아 동서,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한 일본인 관람객은 “옛날 그림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한국화 중 이렇게 참신한 게 있는 줄 몰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전시회 ‘다시 그린 세계 2025’가 이날 이곳에서 개막했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한국화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는 전시가 도쿄 한복판에서 열린 것. 전시는 10월 11일까지 무료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일민미술관(관장 김태령)과 주일한국문화원(원장 박영혜)이 공동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 후원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재외한국문화원을 거점으로 국내 우수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해외 순회를 지원하는 ‘2025 투어링 케이-아츠(Touring K-Arts)’에 선정된 전시이기도 하다.
일본에선 한국화의 거장과 최근 각광 받는 신진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란 평가가 나온다. 일민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소장하고 있는 겸재 정선(1676∼1759)의 ‘숙몽정’,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반야심경첩’, 오원 장승업(1843∼1897)의 ‘군안도’ 등을 일본에 가져왔다. 일민미술관이 소장 작품을 해외에 전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2000년대 이후 작가 활동을 시작해 한국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박그림, 배재민, 손동현, 정해나, 최해리 등 젊은 작가 5명이 참여해 최근 한국화의 트렌드도 소개한다. 총 32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박영혜 주일문화원장은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귀중한 전시”라면서 “이를 계기로 한국화와 일본화의 학술 교류가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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