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5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대회’에서 로봇들이 100m 육상 경주를 벌이고 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미리 본 미래’ 로봇운동회
중국 베이징에서 17일까지 열리는 ‘2025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대회’는 세계 최초의 ‘로봇 올림픽’으로 통한다. 육상, 축구, 격투기 등 다양한 종목에서 총 500여 개의 로봇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15일 진행된 육상 경기는 로봇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이날 육상 경기에 등장한 로봇들은 올 4월 치러진 ‘휴머노이드 로봇 하프 마라톤 대회’에 참여했던 모델들보다 한층 동작이 자연스럽고 빨라졌단 평가를 받았다.》
“위수(宇樹·유니트리) 자유(加油·파이팅), 위수 자유.”
15일 베이징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참가 선수들은 출발 신호와 함께 육상 트랙을 힘차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관중석에선 힘찬 응원의 함성도 터져 나왔다.
1500m를 전력 질주하는데도 거친 숨소리를 전혀 내지 않은 선수들의 정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었다. 이 종목 금메달은 6분34초 만에 결승선을 통과한 중국의 유명 로봇 기업 유니트리의 자회사 ‘링이(灵翌)테크놀로지’가 만든 로봇이 차지했다. 올해 초 춘제(春節·중국 설) 갈라쇼에서 군무를 선보였던 ‘G1’과 같은 모델이었다.
14일 저녁 개막식을 연 ‘2025년 세계휴머노이드 로봇대회’는 이날부터 본격적인 경기에 돌입했다. 17일까지 사흘 동안 16개국에서 온 280개 팀의 휴머노이드 로봇 500여 대가 출전한다. 경기 종목은 100m 달리기, 1500m 달리기, 400m 계주, 축구, 격투기를 포함해 총 26개.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올림픽처럼 다양한 종목의 경기에 참여하는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로봇 업계에선 이번 행사를 두고 ‘로봇 올림픽’이라고도 부른다.
15일 관중의 관심이 집중됐던 경기는 1500m 달리기였다. 경기는 로봇 4대가 한 조를 이뤄 400m 트랙을 총 4바퀴 조금 못 미치게 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인간의 육상 경기 규칙과 유사했다. 1∼3위를 차지한 로봇들은 일반 성인 기준으로도 빠른 속도인 시속 12∼13km로 달렸다. 일부 로봇은 레이스 도중 멈춰서거나 넘어져 부서지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참가 로봇은 큰 무리 없이 완주했다.
지난 4월 베이징에서 열린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제한 시간 내 완주한 로봇이 2대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전체적으로 출전 로봇들의 달리는 동작이 더 자연스러웠고, 속도도 더 빨라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우승팀인 링이테크놀로지의 류진다(劉金達) 연구원은 “다양한 반복 실험을 통해 달리는 동안 내부 온도 변화를 확인하고, 일정한 속도를 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연구해 온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진짜 인간의 경기를 따라가기에는 아직 한계도 명확했다. 은메달을 딴 톈자오(天驕)팀의 ‘톈궁(天工)’을 제외하면 육상 경기 출전 로봇들은 모두 컨트롤러를 든 인간 조종수와 함께 뛰었다. 현재 기술 수준에서도 혼자 달리기가 가능하지만 수동 제어를 했을 때 빠른 방향 전환 등이 가능하다는 게 참가팀들의 설명이다.
15일 권투 장갑을 낀 로봇들이 킥복싱 경기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는 총 26개 종목에 걸쳐 500여 개의 로봇이 참여했다. 신화 뉴시스육상과 달리 축구 경기에서는 로봇들의 실수가 속출했다. 축구는 육상과 격투기 등 다른 종목과 달리 경기 도중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하는 게 대회 규정이다. 로봇들은 마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처럼 공을 향해 몰려다녔고, 로봇들끼리 엉켜 넘어지는 일도 잦았다. 대회 사회자는 “로봇들이 넘어질 수 있는데, 그때마다 관중이 박수로 일으켜 세워 달라”고 수차례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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