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로빈슨 “韓 포용적 제도가 K혁신 이뤄”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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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개교 120주년 특별 강연
“1980년대 민주화가 혁신의 계기
국민 모두의 역량 발전하게 도와
K뷰티-K팝 등 창의적 성과 연결”

2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대강당 김양현홀에서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제도, 정치 그리고 경제성장’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번 강연은 고려대 개교 120주년 겸 정경대학 70주년 기념 학술포럼의 10번째 강연이다. 뉴시스
2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대강당 김양현홀에서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제도, 정치 그리고 경제성장’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번 강연은 고려대 개교 120주년 겸 정경대학 70주년 기념 학술포럼의 10번째 강연이다. 뉴시스
“한국의 혁신은 경제를 넘어 문화·예술로 꽃피었죠.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그 증거입니다.”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대강당 김양현홀. 고려대가 개교 120주년을 맞아 개최한 제10회 ‘넥스트 인텔리전스 포럼(NIF)’ 특강에서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의 역동성과 포용적 제도의 힘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특강 주제는 ‘제도, 정치 그리고 경제 성장’이었다.

로빈슨 교수는“K팝, K뷰티 등 창의적 성과는 한국이 포용적 제도를 통해 다양한 재능을 꽃피운 결과”라며 “한국의 사례는 제도가 국가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적 인기를 끈 케데헌을 언급하며 “아들이 그 영화를 다섯 번이나 봤다. 영화 속 한국의 ‘갓’을 구하려 했지만 인기가 너무 많아 아직도 구하지 못했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로빈슨 교수는 한국 경제의 비약적 성장 배경으로도 혁신과 창의성을 꼽았다. 1990년대 이후 연구개발(R&D) 인력이 늘었고, 특허 출원 건수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는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나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민주화 역시 성장의 중요한 축으로 제시했다. 로빈슨 교수는 “1980년대 후반 시작된 민주화가 혁신의 계기였다”며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경제 개발이 일부 성과를 낸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 번영을 가능케 한 것은 포용적 정치 제도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0년대 시민들의 계엄 저항을 언급하며 “한국의 민주주의는 굉장히 회복력이 강하다”고도 평가했다.

남북한 격차도 포용적 제도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로 들었다. 로빈슨 교수는 “분단 당시 북한은 산업·발전 시설에서 우위였지만 현재는 남한이 경제적으로 극명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남한은 국민 모두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정치 제도를 발전시킨 반면, 북한은 권력과 자원을 소수가 독점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진단은 그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의 핵심 이론과 맞닿아 있다. 재산권 보장과 폭넓은 참여를 가능케 하는 포용적 제도는 성장과 혁신을 이끄는 반면, 권력과 자원을 소수가 독점하는 수탈적 제도는 쇠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로빈슨 교수는 제도와 경제 발전 연구의 세계적 석학으로, 지난해 대런 애스모글루, 사이먼 존슨 교수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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