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도 윤동주 기념비, ‘쉽게 씌어진 시’ 새긴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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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1일 릿쿄대서 제막식 열려
1942년 일본 유학때 한 학기 재학
나라잃은 설움 등 담은 시 5편 남겨
교토엔 대학-하숙집 등 3곳에 비석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저항 시인 중 하나로 꼽히는 윤동주 시인(1917∼1945·사진)의 마지막 작품 ‘쉽게 씌어진 시’의 배경이 된 도쿄 릿쿄대가 그를 기리는 기념비를 세우기로 했다. 그간 윤 시인의 모교 교토 도시샤대를 비롯한 교토 일대에는 기념비가 많았지만 도쿄에 윤동주 기념비가 생기는 건 처음이다.

25일 릿쿄대 측은 “다음 달 11일 도쿄 도시마구 캠퍼스에서 윤 시인의 기념비 제막식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릿쿄대는 윤 시인이 1942년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 졸업 후 일본으로 유학 갔을 때 다녔던 첫 대학이다. 그는 이 대학 영문과를 한 학기 동안 다녔고, 이후 도시샤대로 편입했다.

윤 시인은 릿쿄대 시절 ‘쉽게 씌어진 시’(1942년 6월 3일), ‘흰 그림자’(4월 14일), ‘흐르는 거리’(5월 12일) 등 주옥 같은 5편의 시를 남겼다. 특히 ‘쉽게 씌어진 시’는 육첩방(다다미 6장을 깐 일본식 방), 학비 봉투 등의 소재를 통해 나라를 잃은 학생이 겪는 설움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그는 당시 친구 강처중에게 한글로 쓴 이 시를 편지로 보냈다. 릿쿄대를 상징하는 백합 로고와 영문명이 새겨진 편지지에 적혀 있어 창작 시기와 장소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다. 원본은 연세대가 보관 중이며, 릿쿄대는 복사본을 교내 기념관에 전시해 왔다.

이번에 세워지는 기념비는 좌우로 긴 직사각형 모양이다. 가운데 부분에 윤 시인 사진이 들어가고 좌우에는 약력과 그가 한글로 남긴 ‘쉽게 씌어진 시’와 일본어 번역본이 실린다. QR코드도 있어 스마트폰만 있으면 시인의 삶과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접할 수 있다.

릿쿄대는 2008년부터 매년 2월 윤 시인의 기일에 맞춰 교내 채플에서 추모 행사를 열고 있다. 또 2010년부터는 한국인 유학생에게 윤 시인의 이름을 딴 국제교류장학금 5만 엔(약 47만 원)을 매월 지원하고 있다.

릿쿄대의 기념비 설치를 계기로 교토 일대의 윤 시인 기념비도 다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도시샤대 캠퍼스 안에는 1995년 시비가 건립됐다. 현재는 교토예술대학 캠퍼스로 바뀐 윤 시인의 교토 하숙집 터에도 시비가 세워져 있다. 2017년에는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교토 인근 우지의 강변에도 기념비가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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