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을 논의 중인 여야가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왼쪽 사진)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금개혁 실무협의를 가진 뒤 백브리핑을 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같은 날 연금개혁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실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을 두고 소득대체율(받는 돈) ‘1%포인트’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24일 공방만 이어갔다. 현재 40%인 소득대체율 인상을 놓고 국민의힘은 42∼43%, 더불어민주당은 44∼45%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 내 강행 처리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여야 협의 없이 단독 처리하겠다는 오만한 행태를 즉각 멈추라”고 맞섰다. 여야 정책위의장과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및 위원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6인은 여야정 국정협의회에 이어 24일 오전 비공개 회의를 열었으나 견해차만 확인한 채 돌아섰다.
● 소득대체율 1%포인트 격차 놓고 평행선
여야가 가장 크게 충돌하는 소득대체율 조정 문제는 국민연금 가입자가 퇴직 후 기존 소득 대비 얼마만큼의 돈을 연금으로 받을 것인지를 정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때 연금개혁안을 토대로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만 조정하자는 입장이다. 지난해 5월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여야는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고, 소득대체율은 국민의힘이 43%, 민주당이 45%를 각각 주장했으니 그 중간인 44%에서 합의하자는 것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처음 내놓았던 소득대체율은 50%였다. 이를 44%까지 내린 것인데, 여기서 더 물러선 43%나 43.5% 등은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다음 달 4일까지로 예정된 2월 임시국회 중 연금개혁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소득대체율 1%포인트 차로 도무지 진전이 안 되고 있다”며 “(합의가) 안 되면 단독 처리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여야가 소득대체율을 두고 충돌한 가운데 자동조정장치 도입이라는 새 쟁점까지 등장했다. 정부와 여당이 요구하는 자동조정장치는 국민연금 적자가 예상될 때 연금액(받는 돈)을 자동으로 줄이도록 하는 장치다. 진 의장은 “자동조정장치는 추후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에서 구조개혁을 논의할 때 함께 논의하면 될 문제”라고 했다. 이에 앞서 정부가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국회 승인을 전제로 한 자동조정장치를 제안하자 민주당은 “국회 승인을 거치게 한다면 소득대체율 44% 인상을 전제로 (자동조정장치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노동계에서 자동조정장치를 “연금 삭감 장치”라고 반발하자 민주당이 ‘조건부 수용’에서 ‘추후 논의’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정부안 소득대체율 42%를 기준으로 협상에 나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수용한다면 조금 더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민주당이 자동조정장치 도입에 합의한다면 소득대체율 44%로도 합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부 측도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된다면 좀 더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연금개혁안을 원만하게 합의 처리한 이후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논의하겠다”며 연금개혁과 추경을 연계할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 野 “여당 말바꾸기” vs 與 “강행 처리 전례 없어”
여야는 연금개혁 지연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계속 말바꾸기를 하며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대표는 “분명 작년 (국민의힘이) 44% 얘기를 했다”며 “그런데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42%를 들고 나왔다. (협상을) 하지 말자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강행 처리를 시사한 민주당을 탓했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국민연금 개혁을 한 당이 강행해서 혼자 처리하는 것은 동서고금에 없는 일”이라고 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거대 야당의 당리당략과 아집은 대한민국과 청년들에게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내부적으로는 민주당이 연금개혁안을 강행할 경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요청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도 보험료 인상을 수반하는 연금개혁안을 조기 대선 정국에서 강행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기류가 적지 않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여당이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상황”이라며 “합의가 가까워지면 다시 조건을 바꾸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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