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한동훈 전 대표의 책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구매한 한 고객이 책 표지를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12·3 비상계엄 직후 당에서 추진한 ‘질서 있는 퇴진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진의는 ‘자진사퇴 생각이 없다. 당이 도저히 막을 수 없을 때까지 몇 번이고 탄핵을 계속 부결시켜 달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26일 출간된 ‘국민이 먼저입니다-한동훈의 선택’에서 국회 탄핵소추안 2차 표결 전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이 같은 요구를 전달받았다고 적었다. 탄핵안 2차 표결 전날인 지난해 12월 13일 권성동 원내대표가 “한 번 더 탄핵을 부결시키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도 했다.
한 전 대표는 계엄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유죄 판결 확정이 그리 머지않은 상황이었고, 시간은 우리 편이었다”며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런 일(비상계엄 선포)을 한 것인지 안타깝고 답답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계엄을 막으려 한 나를 배신자라고 부르는 프레임 씌우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만약 그때 계엄을 해제시키지 못했다면 우리나라, 우리 경제와 안보, 보수진영 그리고 우리 당이 어떤 처지에 처하게 됐을까”라고 되물었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것에 대해서는 “당과 보수, 대한민국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판단했지만, 매우 고통스러웠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12일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담화에 대해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라고 말한 후 당내 반발에 대해 “돌아 보니 어차피 차차 법적 판단이 이뤄질 텐데 그 시점에 내가 말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부족했다”고 했다. 탄핵 가결 직후 의원들과 충돌한 의총에 대해서는 “지나고 보니 제가 더 부드럽게 했어야 했나, 아무 말 없이 듣기만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대표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보다 이 대표 집권 시 벌어질 ‘일상계엄’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가 “이재명 같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자신의 유죄 판결을 막으려고 몇 번이고 계엄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이날 이 대표는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는 것이고,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 전 대표는 “저는 기꺼이 국민을 지키는 개가 되겠다”며 “재판이나 잘 받으십시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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