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민생법안을 통과시키기로 한 3월 임시국회가 5일 개원을 앞두고 있지만 추가경정예산(추경)과 국민연금, 반도체특별법 등 주요 현안들이 모두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공회전만 되풀이하고 있다. 민생 현안을 둘러싼 이견을 좁혀가던 여야가 다시 날카롭게 부딪히면서 지난달 28일 여야정 국정협의회는 재개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조기 대선 여부를 가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가 이달 중 열릴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여야 갈등 고조로 3월 임시국회도 ‘빈손’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반도체-추경-연금 모두 이견만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일 열린 제 106주년 3·1절 기념행사에서 만나 반도체 특별법 관련 의견을 나눴다.
권 위원장이 옆 자리에 앉은 이 대표에게 “연구개발(R&D) 인력에 주 52시간 제도의 예외를 두는 조항을 3년만 적용하는 것으로 우선 합의해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키자”고 제안한 것. 하지만 이 대표는 “반도체 산업 지원이 시급하니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제외해서라도 특별법을 서둘러 처리해달라”고 거부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중구 숭의여자대학교에서 열린 제106주년 3·1절 기념식에서 공연을 보며 박수치고 있다. 2025.03.01 서울=뉴시스
국민의힘은 국정협의회에 앞서서도 이 같은 내용의 반도체특별법 절충안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거부하고 주52시간 예외 조항을 제외한 특별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야는 추경 편성과 국민연금 개혁 논의에서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적정 추경 규모를 15조 원으로 제시하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중심으로 선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35조 원 규모 추경을 제안하며 ‘전 국민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보편적 지원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금 개혁과 관련해선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2~43% 이상 높여선 안 된다는 국민의힘 주장과 44~45%가 적절하단 민주당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인구 구조에 따라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여부도 여야 의견이 엇갈린다. 국민의힘은 즉시 도입을 주장하고 있고 민주당은 추후 구조개혁 때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 탄핵 선고 다가올 수록 민생은 ‘뒷전’ 우려
여야 간 이견을 조율하기 위한 여야정 국정협의회는 지난달 28일 민주당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불임명을 이유로 불참해 무산된 뒤 현재까지 재개 논의가 없는 상황이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주말 이틀 간 양당 모두 추가 회의 계획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국정협의회 재개 여부를 놓고도 여야는 서로를 탓하며 대치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국정협의회에 불참한 민주당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재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민주당은 서민, 자영업자보다 마 재판관 임명이 더 먼저라는 것”이라며 “민생 회복보다 (헌법재판소 내) 우리법연구회 4인 체제 달성을 우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사안마다 ‘발목잡기’를 하고 있는 만큼 국정협의회가 재개되더라도 제대로 된 논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국정협의회는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국민의힘도 할 게 없고 우리도 할 게 없다”며 “양당 정책위원회가 만나고는 있지만 할 이야기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르면 3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다가올수록 민생 논의는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심판 인용 결정을 하면 곧장 60일 간 조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는 만큼 여야 모두 ‘선거 모드’로 전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탄핵 심판 선고 전이 그나마 여야가 시급한 민생 현안에 대해선 서로 한 발씩 양보해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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