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국정 안정을 위한 국회-정부 국정협의회’가 더불어민주당의 참석 보류로 취소돼 자리가 비어있다. (공동취재) 2025.2.28/뉴스1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감세와 돈 풀기 경쟁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속세 일괄 공제 확대에 이어 6일 직장인 근로소득세 개편 토론회를 예고하면서 ‘감세 드라이브’에 나섰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상속세 개편과 소상공인 지원 등으로 맞불을 놓는 모양새다. 국정협의회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선심성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 최근 2년간 세수 펑크 규모가 87조 원에 이르는 가운데 재원 조달 방안도 불분명한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野 ‘중산층 겨냥’ 감세 정책 본격화
3일 야권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은 중도층 공략을 통한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감세 정책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공동대표로 있는 조세금융포럼은 6일 국회에서 ‘ 근로소득세 과세 합리화 방안 토론회’를 연다.
민주당은 월급쟁이 세 부담 완화를 목표로 소득세 과세표준을 물가와 연동하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소득이 올라도 물가상승률이 더 높으면 실질소득은 줄어드는 만큼 소득세 산정 시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세금 부담을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근로소득세에 적용되는 부양가족 기본공제액을 현행 150만 원에서 180만 원으로 높이고, 직장인 식대 비과세 한도를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대표는 연일 상속세 개편을 주장하고 있다. 현행 5억 원인 상속세 일괄 공제 한도·배우자 공제 한도를 각각 8억 원, 10억 원으로 상향해 “상속세로 인해 집을 팔지 않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실망해 민주당 지지를 철회했던 화이트칼라, 중산층을 겨냥한 맞춤형 정책”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번 주부터 ‘지역별 메가 공약’ 등 지역 투자 공약도 내놓는다. 이 대표는 6일 부산을 찾아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갖고 해당 사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할 예정이다. 호남권에서는 호남고속철도 직선화를 공약으로 채택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대규모 투자공약을 뒷받침할 만한 재원 마련 계획은 뚜렷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전날 민주당 유튜브 방송에서 “엔비디아 같은 회사가 하나 생겼다면, 70%는 민간이 가지고 30%는 국민 모두가 나누면 굳이 세금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오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시장 원리를 철저히 무시한 공상적 계획경제 모델”이라고 비판했다.
● 與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 소상공인 지원
국민의힘은 상속세 완화로 감세 경쟁에 나섰다. 일괄 공제와 배우자 공제 한도를 각각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증액하는 등 민주당 안보다 감세 폭이 크다. 여기에 자녀 공제를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늘리고,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는 안도 추진 중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2일 “상속세율 인하를 통해 징벌적 과세를 매듭짓고, 중산층의 세부담 경감을 위한 공제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현금성 지원 정책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4일 연 매출 1억400만 원 이하 영세 소상공인에게 1인당 100만 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해 전기·가스·수도 등 공과금을 지원하는 안을 밝혔다. 대상자는 약 210만~22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지난달 28일엔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계층 270만 명을 대상으로 1인당 25만∼50만 원을 선불카드로 지원하는 안도 공개했다. 소상공인 바우처는 약 2조 원, 취약계층 선불카드는 6750억~1조35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표류하면서 경기 침체 해소를 위한 추경 편성 합의도 안 되는 상황에서 대선을 앞둔 감세 경쟁만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비상계엄으로 인한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지금 필요한 건 선심성 감세가 아니라 신속한 추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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