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여성-중산층 표심 겨냥
與 “유산취득세로 바꿔 세금 감경”
野 “소득세 기본공제액 늘릴것”
“세수 보완할 증세 대상 필요” 지적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수도권과 여성, 중산층 표심을 겨냥한 여야의 감세 전쟁이 불붙고 있다. 지난해 정부·여당이 추진하던 상속세 공제 확대가 더불어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처리로 무산된 가운데, 민주당이 공제 확대 카드를 다시 꺼내 들며 감세 경쟁에 불을 지폈다. 6일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배우자 상속세를 전면 폐지하겠다”며 한층 강화된 감세안을 내놨고, 민주당은 상속세 완화에 이어 근로소득세 인하 카드도 꺼내 들었다. 경기 침체 여파로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가 발생하는 등 재정이 악화한 상황에서 여야의 잇단 감세 카드가 나오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권 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함께 재산을 일군 배우자 간 상속은 세대 간 부 이전이 아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배우자 상속에 과세하지 않는다”며 배우자 상속세 폐지 방침을 밝혔다. 그동안 당론 법안으로 상속세 일괄공제와 배우자 공제를 각각 10억 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해온 데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6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배우자 상속세를 전면 폐지하고 현행 유산세 방식은 유산취득세로 전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권 위원장 왼쪽은 권성동 원내대표. 이훈구 기자 ufo@donga.com권 위원장은 상속세 체계에 대해서는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해 상속인이 실제로 상속받은 만큼만 세금으로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상속인이 물려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겨 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국민의힘이 ‘배우자 상속세 전면 폐지’를 내세운 것은 부부가 공동으로 일군 재산에 ‘부의 대물림’을 이유로 한 상속세를 매기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통화에서 “부부가 재산을 일구며 함께 살던 집인데 배우자 사망 후 남은 사람이 상속세를 물어야 한다”며 “사람들은 부부가 동등하게 재산을 일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시대 흐름을 제도가 따라 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연구원의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전 연령대가 ‘배우자 상속세 전면 폐지’에 압도적으로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현행 유산세 방식에서는 배우자 상속세 폐지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되면 배우자 공제를 한도 없이 적용해주는 방식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달 내로 유산취득세 개편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 野 “근로소득세 현실화해야”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근로소득세 과세 합리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서면 축사를 통해 “실질소득 하락은 내수 위축을 불러온다”며 “대한민국의 회복과 성장을 위해 현실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근로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경제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토론회를 주관한 민주당 임광현 의원은 “근로소득세 기본공제액을 150만 원에서 180만 원으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중장기적으로는 소득세 산정 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선 근로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해 직장인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자는 제안도 나왔다. 민주연구원 채은동 연구위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세율 6% 구간을 140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15% 구간을 5000만 원에서 5300만 원으로 올리면 근로소득자 1126만 명이 평균 15만 원씩 혜택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식대 비과세 한도를 월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올려주는 방안도 거론됐다.
다만 여야의 잇단 감세 정책에 따른 세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상속세나 근로소득세를 줄여준다면 줄어든 세수를 보완할 수 있도록 다른 분야에서 증세 대상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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