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전투기 민간 오폭 사고는 조종사가 표적 좌표 숫자 하나를 잘못 입력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상 초유의 사고에도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은 사고 발생 39분 뒤, 군 통수권자인 최상목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약 1시간 뒤에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7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당일 KF-16을 조종한 공군 장교는 위도와 경도를 표현하는 각각 7자리, 8자리 숫자로 구성된 좌표를 입력했는데, 이 중 위도 한 자리 숫자를 잘못 입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좌표 입력과 좌표 재확인 과정 등의 기본 절차만 준수했어도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공군 조사 결과 오폭을 일으킨 장교는 사건 당일이나 전날 음주를 하지 않았고, 건강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전날 발표된 15명보다 늘어나 7일 현재 29명으로 파악됐다. 공군은 사고 직후 오폭 사고를 일으킨 KF-16은 물론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을 제외한 모든 항공기에 대해 비행 중단 조치를 내렸다.
공군, 모든 항공기 비행 중단… “내주 한미공중훈련 차질 우려”
10일 훈련 계획의 80% 전력 참가 오폭 여파 연합훈련 축소 우려도 위도 좌표 7자리중 1개 잘못 입력 軍초소도 피해… 부상자 15→29명
7일 경기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주민 정명안 씨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쑥대밭이 된 자택을 둘러보고 있다. 6일 발생한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로 민간인 15명, 군인 14명 등 29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포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공군 조종사가 표적 좌표를 잘못 입력해 민간 지역을 오폭한 초유의 전투기 사고가 발생하면서 군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표적을 잘못 입력하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수차례 확인을 거치도록 돼 있는데도 기본적인 점검 절차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인 ‘프리덤 실드(자유의 방패·FS)’가 10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공군이 오폭 사고 직후 모든 기종의 항공기 비행을 중단하면서 FS 기간 진행될 한미 연합 공중 훈련도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부상자 15명에서 29명으로 늘어
7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전날(6일) 오폭 사고를 낸 KF-16 전투기 조종사는 위도와 경도를 표현하는 각각 7자리, 8자리 숫자의 표적 좌표를 입력하면서 위도 한 자리 숫자를 잘못 입력했다. 빠른 속도로 비행하며 투하하는 폭탄은 표적 좌표 숫자 중 하나만 잘못 입력되면 수십 m에서 수 km까지 차이가 나는 완전히 동떨어진 지역에 폭탄을 투하하게 된다. 이 때문에 조종사는 비행 전과 전투기 탑승 직후, 비행 중, 폭탄 투하 직전 등에 걸쳐 여러 차례 입력한 좌표가 맞는지를 확인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오류를 알아채지 못했다.
특히 이 전투기(1번기)와 한 조를 이뤄 비행 중이던 또 다른 전투기(2번기)는 표적 좌표를 제대로 입력하고도 잘못된 표적에 폭탄을 투하하면서 피해를 키웠다.
이날 공군과 소방 당국 등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오폭으로 피해를 입은 장소는 전날 알려진 성당과 민가 주택, 창고 등 외에도 군부대 초소 등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15명으로 추산됐던 부상자는 사고 이틀째인 이날 군인 14명, 지역 주민 15명 등 29명으로 늘어났다. 중상자는 주민 2명으로 수술 후 치료를 받고 있다. 군 관계자는 “29명 중 20명은 복통이나 불안증세가 있어 진료받은 뒤 사고 당일 야간에 귀가했다”며 “중상자는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군은 전날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을 본부장으로 하는 국방부 사고대책본부를 꾸려 의료지원 대책 등 후속 조치에 나섰다. 김 대행은 이날 입장을 내고 “군은 모든 역량을 집중해 피해 복구 및 배상 등을 통해 조속히 일상을 회복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군, 비상 전력 제외한 전 비행 중단
공군은 사고 직후 즉각 오폭 사고를 일으킨 KF-16 전투기를 포함해 다른 기종 항공기까지 비행을 중단했다. 대북 정찰·감시 작전 등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상 대기 전력을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항공기 비행을 중단한 것. 정부 소식통은 “좌표 입력 오류는 모든 기종에서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이같이 조치했다”고 했다.
이에 따라 다음 주로 예정된 한미 연합 공중 훈련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10일 한미 연합 실비행 훈련에는 우리 공군 전력이 계획 대비 70∼80% 참가하고, 다음 주 중반부터는 100% 정상 시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 여파로 연합훈련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은 이날 입장을 내고 “한미동맹은 대한민국의 안전, 안보, 안정을 보장하고 양국을 방어할 준비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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