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올 11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할지에 대해 “자신있게 얘기하는 것”이라며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꼭 올 것 같다”고 했다. 윤 대사대리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도 “이듬해 APEC이 중국에서 개최되는 만큼 100% (올해 경주 APEC에) 참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국내서 불거진 독자핵무장론에 “NPT 안에 머무는게 적절”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 대리가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연구소에서 열린 제7차 세종열린포럼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윤 대사대리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연구소에서 열린 제7차 세종열린포럼에 참석해 1시간 30분 간 참석자들과 대담을 했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지낸 북한 전문가인 윤 대사대리는 올 1월 퇴임한 필립 골드버그 전 대사를 대신해 한국에 부임했다.
윤 대사대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독자 핵무장에 전임 정부들보다 유연한 시각을 보일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는 세종연구소 이용준 이사장의 질문에 “아직 새로운 행정부가 검토(review) 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워싱턴 내에서 북한이 핵 포기를 100% 거절할 경우에는 한국도 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대다수는 아니지만 커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 대사대리는 국내 일각에서 거론되는 한국의 독자핵무장론에 대해선 “핵확산금지조약(NPT) 안에 머무는 것이 현재로서 적절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만큼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고 독자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윤 대사대리는 “중국이 크게 반발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안정성 측면에서 (NPT 안에 머무는게 적절하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사대리는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미군기지에 전술핵을 배치한 ‘나토식 핵공유’ 에 대해서는 “가장 어려운 선택지”라며 “중간 단계(intermediary steps)도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워싱턴 인사들에겐 또다른 단계가 있는데 핵확산금지조약 허용 범위 안에서 핵연료 주기와 관련된 활동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이는 일본과 비슷한 형태가 될 수 있는데 (한국이) 일정 수준의 우라늄 농축이나 사용후 연료 재처리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2015년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은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과 서면합의 없이 한국이 우라늄 농축이나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는데 윤 대사대리는 이 협정 개정에 대해 거론한 것이다. 미국은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일본에는 재처리 시설을 둘 수 있도록 했고,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도 핵무기 비보유국 중 유일하게 허용했다.
다만 윤 대사대리는 “자체 핵무장론과 관련해 다양한 선택지가 있지만 구체적으로 한국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분명치 않다”며 “만약 일본과 같은 수준에서의 핵연료 재처리 허용이라면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고, 그게 아니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나 나토식의 핵공유라면 이는 좀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사대리는 미국의 에너지 정책 등을 관장하는 에너지부(DOE)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분류해 규제하는 조치를 다음달 중순 발표할 예정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결정된 게 없고 우리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 대리(사진 왼쪽)가 11일 서울 종로구 세종연구소에서 열린 제7차 세종열린포럼에서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이용준 세종연구소 이사장.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 “주한미군 규모는 현재가 적정”
윤 대사대리는 적정한 주한미군의 규모를 묻는 질문엔 “현재 규모가 적정한 수준(the right number)”이라고 했다. 그는 주한미군의 기본 역할에 대해 “‘트리거 역할(trip wire)’”이라며 “공격이 발생하면 주한미군은 희생될 수밖에 없지만, 이 희생이 미국의 대규모 개입을 즉각 촉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고 했다.
그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외교장관 회담 등을 계기로 ‘북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 한 것에 대해서도 “(북한 비핵화는) 결코 없앨 수 없는 목표”라며 “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는 없고 궁극적으로 여러 단계 끝에 최종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참전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근본적인 요구사항 중 하나는 북한의 개입이 중단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와 뒤이은 탄핵 정국 등 국내의 정치 혼란에 대해 “계엄은 미국에 작은 충격이 아닌 큰 충격이었다”며 “계엄이 3시간 만에 끝나고 대통령 총리가 탄핵되고 하니 충격이 있었는데, 한국 정부와 빠른 소통이 잘 안되니 미국이 섭섭해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향후 조기 대선 가능성 등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 대해 “솔직히 말하면 워싱턴은 누가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것인지 걱정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 국민들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기를 원하며 지역 내 도전에 맞서 미국과 협력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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