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9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상황실에서 열린 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03.29. 서울=뉴시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국무회의에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내부에선 한 권한대행이 상법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앞서 국무위원 간담회를 가지고 상법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최종 수렴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융당국 내부의 잡음이 공개적으로 분출되는 등 상법개정안을 둘러싸고 부처별 의견이 일부 엇갈리는 만큼 한 권한대행은 간담회를 통해 각 부처의 최종 의견과 바람직한 대안에 대해 정리한 뒤 재의요구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달 13일 정부로 이송된 상법개정안에 대해 다음달 5일까지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정부 내부에선 한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번 상법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뿐 아니라 ‘주주’로 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에는 ‘이사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상법개정안에 명시된 ‘주주’는 행동주의 펀드부터 소액주주, 대주주까지 다양하고 주주별 이해관계도 상충될 수 있는 만큼 ‘이사가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조항 등은 의미가 모호해 헌법의 명확성 원칙을 위배했다는 게 정부 내부의 시각이다.
상법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에는 중견기업에 대한 경영권 공격도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정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행동주의펀드 등이 ‘주주 이익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경영권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를 방어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은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35%에 불과하지만, 경영권 분쟁 발생 기업 중에선 93%를 차지하고 있다.
기업이 상법개정안이 시행될 경우엔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는 등 장기 관점의 투자에 나서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재의요구를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다. 기업이 신기술에 투자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손실을 내 주가가 떨어질 수 있는데, 이경우 이사진이 민형사상 고소고발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부처의 한 당국자는 “상법개정안이 통과된 뒤 법원의 판례가 쌓이기 전까지 기업이 줄소송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기업 합병이나 물적분할로 소액주주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야당의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는 만큼 1일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더라도 구체적인 입법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분야의 ‘헌법’과 같은 상법개정 보다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은 비상장기업을 포함한 100만 여 개 법인에 모두 적용되는 반면, 자본시장법은 국내 증시에 상장된 2600여 법인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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