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실패, 무엇을 남겼나]
尹, 이의 제기하면 “네가 대통령이냐”… 독단-고집으로 정한 인사 밀어붙여
인사 검증 기능, 법무부로 옮긴 뒤… 2달만에 장관급 후보 4명 줄낙마
“네가 대통령이냐.”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인사 문제와 관련해 주변에서 이의를 제기할 때 이같이 격노했다고 한다. 인사권자라는 권위에 기대 반대 의견을 묵살하며 자신이 정한 인사를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특히 2024년 3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에서 자신의 ‘20년 지기’인 검찰 수사관 출신의 주기환 당시 비례대표 후보를 당선권에서 배제하자 윤 전 대통령은 보란 듯이 다음 날 대통령민생특보에 임명했고 반대하는 참모진에게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몇 달 뒤 주 특보는 금융공기업인 유암코 상임감사로 자리를 옮겼다.
윤 전 대통령의 독단과 고집을 참모진조차 제어하지 못하면서 윤 전 대통령의 측근 중용 경향이 짙어졌다는 평가다. 윤석열 정부에선 검찰 인맥 이외에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충암고 인맥이 주요 라인을 형성했다.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이후 이 장관에 대한 책임론이 거셌지만 그는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충암고 동기인 정재호 전 주중대사는 서울대 교수 출신으로 대중 외교에 적임자가 아니라는 평가가 많았고 재임 내내 공관 갑질 논란에 시달렸지만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민정수석실을 없애는 동시에 추천과 검증을 분리해 공정성을 높이고 대통령실의 권한을 줄이겠다는 명분으로 인사 검증 기능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으로 이관했지만 부실 검증은 이어졌다. 검찰 출신들이 인사 및 사정 라인을 차지했지만 인사 검증 시스템은 오히려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4명의 장관급 후보자가 낙마했다. 이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7월 초 도어스테핑에서 “그럼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며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를 해보라. 사람들의 자질이나 이런 것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2대 국가수사본부장에 지명된 정순신 변호사는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하루 만에 물러났고,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비상장주식을 재산 신고에서 누락했다는 의혹 등으로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인사 검증 부실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오히려 대통령실과 법무부는 서로 검증 책임을 미루면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졌다. 고위공직자 후보자 찾기가 어려워지자 돌려막기식 인사가 빈번해졌다. 조태용 국정원장은 윤석열 정부 시작과 함께 주미대사를 거쳐 국가안보실장을 지냈고, 다시 국정원장으로 임명됐다. 지난해 8월에는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이 국방부 장관으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국가안보실장으로, 장호진 안보실장은 7개월 만에 외교안보특보로 연쇄 이동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경제사회노동위원장에서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윤 전 대통령은) 인재 풀을 스스로 가장 협소화시킨 대통령”이라며 “깊은 연고가 있는 사람들만 쓰며 최소한의 탕평 인사도 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이념적으로 변해 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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