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2023년 새만금 잼버리 파행’ 보고서 공개
전북도, 육안으로만 둘러보고 갯벌을 부지로 정해
조직위 “수돗물 마시면 돼” 얼음-생수 준비 뒷전
여가부, 준비 미흡 알고서도 국무회의에 허위 보고
2023년 8월4일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텔타구역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천막 아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다. 2023.8.4 뉴스1
온열질환자 속출과 위생 불량 논란이 빚어진 2023년 8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조기 파행에는 운영 주체였던 조직위원회와 주무 부처였던 여성가족부, 대회를 유치한 전북도의 부실한 대처 등 ‘총체적 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위는 폭염이 예상되는 8월에 나무가 거의 없는 야영장에서 행사를 하면서도 생수나 얼음을 부족하게 준비했고, 대회 직전까지 화장실 등을 설치하지 못했는데도 부처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여가부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도 국무회의에 ‘시설 설치 완료’라며 허위 보고 했다. 전북도는 잼버리 야영장으로 적합하지 않은 부지를 충분한 검토 없이 선정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 감사원, “야영장 부지 선정부터 소홀”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막을 하루 앞둔 31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경관 쉼터에서 바라본 야영지 모습. 2023.7.31 뉴스110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전북도의 개최지 선정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잼버리 야영장이었던 새만금 갯벌은 지반 높이가 낮고 새만금호와 접해 있어 침수 위험이 컸다. 그런데도 전북도의 담당자는 2015년 7월 현장을 육안으로만 둘러보고 이곳을 잼버리 후보지로 정했다.
전북도는 또 새만금개발청이 9518억 원을 들여 부지를 개발하고, 포플러나무 10만 그루를 심겠다는 계획서를 한국스카우트연맹 측에 냈지만 감사원은 계획서 내용이 허위라고 봤다. 새만금청이 잼버리 부지를 개발하기로 한 적도 없고, 전북도가 염해성 토양인 잼버리 부지에 나무가 자랄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전북도는 부지를 매립해야 잼버리를 개최할 수 있다고 판단해 2017년 9월 당정청 회의에서 정부에 농지관리기금으로 부지를 매립해달라고 요청했다. 농림부는 농지를 조성하는 데만 쓸 수 있는 기금으로 부지를 매립하면 위법 소지가 있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재검토 요청 이후 1845억 원을 투입해 부지를 매립해줬다. 감사원은 잼버리 부지에 대해 “제대로 된 야영장으로 만드려면 6년 4개월 공사 기간이 필요한 부지였다”고 밝혔다.
● 사무총장, 총리에게 “화장실 청소, 뭐가 대수냐”
김현숙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2023년 7월 24일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현장을 찾아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2023.7.24 여성가족부 제공잼버리 개최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 조직위는 화장실 청소 등 현장 용역을 맡기로 한 업체가 10억 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하자 오히려 “청소를 하지 말라”고 했다. 이는 비위생적인 화장실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대회 사흘 만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현장 점검에서 직접 화장실 변기를 닦기도 했다.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은 감사원에서 “다음날 한 총리가 ‘화장실 청소가 안 된 곳이 있다’고 했는데 최창행 (당시) 조직위 사무총장이 ‘화장실 청소가 제대로 안 된 게 뭐가 그렇게 대수입니까’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대회 현장에선 ‘화상벌레’에 물린 피해자가 속출했는데, 조직위는 애초에 방역 전문가가 한 명도 없고 방제 용역을 수행한 적도 없는 회사에 방제 용역을 줬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 전 총장은 “폭염 물자로 실효성이 없다”며 얼음 구매를 중단시켰고, “수돗물을 마시면 된다”며 참가자들에게 생수를 하루에 1인당 1병만 지급했다. 잼버리 정식 행사 사흘 전 미리 입소한 참가자들 사이에서 온열 질환자가 여럿 발생했지만 조직위는 탈진을 막기 위한 염분 알약을 주지 않았다.
여가부는 준비가 부족하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지만 국무회의에서 보고하지 않았고 오히려 언론에 시설 설치가 완료됐다고 알렸다.
감사원은 허위 보고 등에 관여한 공무원 등 6명은 수사기관으로 넘겼고, 공무원 5명에 대해선 징계 통보했다. 퇴직한 김 전 장관과 최 전 총장 등 7명에 대해서는 비위 행위를 인사 기록으로 남겨두라고 했다. 전북도와 여가부는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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