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육조마당에서 열린 가족 동행 축제 ‘펀펀한 광화문광장’을 방문해 어린이들과 블럭 모자를 만들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지도부가 5일 밤 의원총회에 이어 심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요구한 3대 요구안을 수용하면서 일단 단일화 협상은 일단 파국을 면했다. 김 후보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당헌·당규 및 법률에 따라 후보의 정당한 요구 즉시 집행과 후보의 당무우선권 존중, 중앙선대위 및 시도당대위 즉시 구성 등 3가지 사항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단일화 시기를 두고 김 후보와 당 지도부가 큰 간극을 보인 가운데 단일화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단일화 시기 등에 대해선 “결정난 것이 없다. 가능한 이른 시간안에 일정에 대해서도 결론 내려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단일화 시기와 방식에 합의점을 찾지 못한 만큼 갈등의 불씨가 그대로 남은 상황인 셈이다.
●金-지도부 단일화 충돌 속 심야 비대위 열어
의원들은 의총 비공개 회의에서 당 지도부를 향해 “김 후보를 설득하고 오해를 풀어라”라고 요청했다. 이에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는 김 후보 캠프를 찾아 김 후보와 30분간 면담했다. 김 후보는 이날 밤 당 지도부에게 요구했던 선대위 즉시 구성, 후보가 지명한 당직자 임명 등 요구 사항을 입장문에 담아 공개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후보의 요청을 일부 수용해 비대위를 열고 선대위 구성안을 의결했다. 이날 오후 11시 27분에 시작된 비대위는 요구 사안을 잇달아 안건에 붙여 통과시켰다.
김 후보가 요구했던 사무총장 교체도 시일을 두고 진행하기로 했다. 신 수석대변인은 “사무총장 문제를 매듭짓는 것으로 했다”며 “일단 선거준비를 해야하니 이양수 사무총장이 그대로 하지만 머지 않은 이른 시간에 후보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 교체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의원총회와 심야 비대위 끝에도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시기나 방식에는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날 심야 비대위 의결 전까지 김 후보와 당 지도부는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추진을 둘러싸고 김 후보의 입장문 발표와 당 지도부의 반박, 재반박 등을 거치며 공개적으로 설전을 벌이면서 양측의 앙금이 한번에 봉합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후보는 “대통령 후보가 선출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지속돼 온 당무우선권 침해 행위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했고, 이 사무총장은 “김 후보 측은 당헌·당규 위에 군림하려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에 낸 입장문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자는 국민의힘 당헌에 따라 당무우선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 선거일까지 선거 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하여 가진다’는 국민의힘 당헌 74조를 언급한 것.
김 후보가 당무우선권을 꺼내 들고 당 지도부를 공개 비판하고 나선 것은 김 후보가 당 사무총장을 캠프 총괄본부장인 장동혁 의원으로 교체할 것과 단일화 추진 기구 설치를 요구했지만 당 지도부가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후보는 “(당 지도부에 요청한) 사무총장 임명이 불발된 것은 중대한 당헌·당규 위반 행위”라고도 했다.
국민의 힘 비상총회 5일 오후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후보의 단일화를 위한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가 국회에서 열리던 중 권성동 원내대표가 물을 마시고 있다. 변영욱 기자cut@donga.com 김 후보와 당 지도부의 충돌 속에 이날 심야까지 이어진 긴급 의원총회는 당 지도부를 시작으로 사실상 김 후보에게 단일화를 촉구하는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김 후보는 이날 의총장을 찾지 않았다. 김 후보는 의총 전 자신을 찾아온 의원들에게 “내가 단일화에 미적거린다고 생각한다면, 의원들 한 명도 나를 지원하러 오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발언하며 섭섭함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가 단일화 추진단에 추천한 박 전 의원은 통화에서 “후보 마감일인 11일까지 단일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입장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김 후보와 한 전 총리간 단일화 화정에 대해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저를 막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생각했던 거냐. 저는 오히려 이렇게 될 줄 몰랐던 것처럼 얘기하는 게 더 놀랍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국민들 보시기에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 제가 마음이 안 좋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오후엔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이란 네 글자를 올리며 “우리는 당을 버리지 않겠다”고 했다.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두고 세력 구축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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