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후보자 등록 마지막 날인 11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후보로 등록을 마치기까지 국민의힘은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3차 경선까지 통과한 대선 후보에게 당 지도부가 단일화를 요구하며 후보 교체를 강행했고, 해당 안건이 당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김 후보가 하루 만에 자격을 회복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마치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일부 의원들이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대선 기간 동안 내부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1일 오전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2025.5.11/뉴스1 -
3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 후보는 그간 당 지도부로부터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 압박을 받아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선 후보자 등록일 전까지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강제 단일화는 불법”이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맞섰다.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교체 작업은 9일 오후 6시경 김 후보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속도가 붙었다.
법원의 결정으로 후보 재선출 가능성이 열리자 양 측은 단일화 협상을 재개했다. 하지만 협상은 성과 없이 종료됐다. 김 후보 측은 더불어민주당 지지를 포함한 국민 여론조사 100%를 통한 단일화를 주장했지만, 한 전 총리 측은 국민의힘 경선 룰이었던 ‘당원 50%‧국민 여론조사 50%’로 맞섰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굳은 표정으로 나오자 신동욱 수석대변인이 이를 말리고 있다. 2025.5.9/뉴스1합의에 의한 단일화가 무산되자 국민의힘은 후보자 등록 종료일을 하루 앞둔 10일 새벽 비상대책위원회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열어 김 후보의 자격을 취소하고 후보 재선출 작업에 돌입했다.
작업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국민의힘은 새 후보자 등록 신청을 10일 오전 3시~오전 4시 사이 한 시간 동안 받는다는 내용의 공고를 냈고, 한 전 총리는 오전 3시 20분경 입당과 함께 후보 등록을 끝냈다.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는 10일 오전 4시 40분경 당 대선 후보를 한 전 총리로 교체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김 후보가 하루아침에 ‘김 전 후보’로 전락하고 한 전 총리는 입당과 동시에 대선 후보로 등극한 것이다.
하지만 이 결정은 하루도 되지 않아 뒤집어졌다. 국민의힘은 한 전 총리를 새로운 대선 후보로 선출하는 안건에 대한 찬반을 묻는 당원 투표를 오후 9시까지 실시했다.
그 결과 후보 교체안은 당원 과반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후보를 한 전 총리로 교체하려 했던 지도부의 강제 단일화가 무산된 것이다. 이에 따라 김 후보의 후보 자격은 즉시 회복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1일 오전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2025.5.11/뉴스1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권 비대위원장은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이 또한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모든 책임을 지고 제가 물러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11일 중앙선관위를 찾아 제21대 대통령 선거 공식 후보로 등록했다. 김 후보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후보 교체 찬반을 묻는 당원 투표 결과에 대해 “보통은 찬반 투표를 물으면 찬성이 많이 나오지 않나. 반대가 나오는 경우는 아주 이례적”이라며 “우리 국민의힘이 얼마나 강력한 민주 정당인지를 이번에 잘 보여주셨다”고 했다.
한 전 총리는 같은 날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모든 것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승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김 후보자님과 지지자분들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시길 기원한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돕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기를 충심으로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한 전 총리를 만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한 전 총리는 “제가 물론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지만 조금 논의를 하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뉴시스김 후보와 경선에서 경쟁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후보 교체를 추진한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홍 전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사필귀정”이라며 “정당정치의 기본도 모르는 인간 말종들은 모두 사라지라”고 했다. 이어 “이제 대선 경선판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권영세, 권성동과 박수영, 성일종은 의원직 사퇴하고 정계 은퇴하고 한덕수 배후조종 세력들도 모두 같이 정계 은퇴해라”고 했다.
한 전 대표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쿠데타 세력이 계속 자리보전하면 그 쿠데타는 실패가 아니라 성공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다시 일어서려면 친윤(친윤석열) 쿠데타 세력에게 제대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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