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1] 6·3 대선 공약검증 〈5〉 에너지
李 “전기료 지역별 차등제 도입”… 수도권 4인가구 月7300원 오를듯
金 “산업용 전기료 반값 현실화”… 가정요금 오르는 ‘풍선효과’ 우려
전력 대응엔 金 “원전 2배로 확대”
李 “원전 유지… 재생에너지 늘릴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원전을 활용하되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믹스’ 정책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원전 적극 활용’을 내걸고 원전이 전체 전력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현재 32.5%에서 6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두 후보 공약에 모두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다수 포함돼 있는데도 요금을 당장 올리지 않겠다거나 오히려 내리겠다고 주장하고 있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대선 당시 ‘감원전’을 내세웠던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선 ‘원전 유지’로 방향을 틀었다. 이 후보는 18일 열린 대선 TV 토론에서 “에너지믹스가 필요하다”며 “원전은 기본적으로 위험하고 지속성에 문제가 있어 활용하되 너무 과하지 않게 하면서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전환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원전 발전 단가가 낮은 만큼 실용주의 경제 노선의 일환”이라며 “현재 계획된 원전 건설은 변경 없이 추진하되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점차 늘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을 폐쇄하고 햇빛·바람 연금 등 정책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햇빛·바람 연금은 소멸 위기 지역에 태양광, 풍력 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전기를 팔아 나온 수익을 주민에게 배당하는 모델이다.
김 후보는 전력 생산에서 원전 비중을 60%까지 높여 ‘반값 전기료’를 현실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원전 발전 비중을 높여 전기 생산 단가를 낮추고, 이를 바탕으로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하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대형 원전 6기 건설 사업을 그대로 추진하고 2035년 목표로 진행 중이던 한국형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시기를 앞당겨 전체 발전량 중 원전 비중을 현재(32.5%)의 2배 수준인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 “두 후보 모두 전기요금 인상 요인 커”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 후보는 16일 전북 군산 현장 유세에서 “(전기요금을) 올릴 때 지방은 덜 올리든지 아니면 유지하든지 해서 에너지 요금 차이를 둘 것”이라며 지역별 차등 요금제 도입을 시사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9월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지역별 차등 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수도권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 당 최대 17원 비싸질 것으로 전망된다. 4인 가구 평균 여름철 월 전기 사용량(427kWh)에 적용하면 약 7300원 비싸지는 셈이다. 또한 수도권에 위치한 제조업체의 경우 최대 1조4000억 원의 전력 비용 상승이 예상된다.
김 후보는 원전을 늘려 산업용 전기료를 반값으로 줄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신규 원전 건설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섣불리 추진할 경우 주택용이나 소상공인이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이 오르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김 후보가 주장하는 신규 원전은 완공이 30년 뒤에나 가능한 일이라 당장 다음 정부의 전기요금 인하와는 무관하다”고 했다.
두 후보가 모두 제시한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 역시 전국 단위 송전망을 까는 데에 최소 수십조 원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조달할 한국전력의 재정 상태가 나쁜 만큼 고스란히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설비 투자를 해야 할 한전의 누적 적자가 30조 원이 넘는 상황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은 전기요금 인상이나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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