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눈앞서 쓰러진 北 신형 구축함… “용납 못할 범죄” 처벌 예고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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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구축함 진수식 망신]
北 자랑하던 5000t급 ‘쌍둥이함’
측면 진수로 물에 배 띄우려다… 배 뒷부분 지탱 진수대 먼저 빠져
바닥 구멍 생기는 등 선체 부서져… 이례적 공개, 내부 기강잡기 나설듯

바다에 누운 北 구축함
영국의 안보연구기관 ‘오픈소스센터’가 22일 공개한 북한 구축함 모습. 바다에 반쯤 빠진 채 파란색 위장막에 가려져 있다. 사진출처 오픈소스센터 ‘X’
바다에 누운 北 구축함 영국의 안보연구기관 ‘오픈소스센터’가 22일 공개한 북한 구축함 모습. 바다에 반쯤 빠진 채 파란색 위장막에 가려져 있다. 사진출처 오픈소스센터 ‘X’
북한의 두 번째 5000t급 신형 구축함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참관한 진수식에서 좌초되는 일이 발생했다. 건조한 구축함을 물에 띄우는 과정에서 배가 물로 미끄러져 들어가도록 하는 ‘진수썰매(진수대)’가 빠져 최신식 구축함이 뒤집히는 사고가 난 것. 군 현대화를 과시하려던 김 위원장은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범죄적 행위”라며 관련 책임자들의 무더기 처벌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의 격노를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그대로 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北 자랑하던 신형 구축함, 김정은 면전에서 좌초

22일 노동신문은 1면에 “구축함 진수 과정에 엄중한 사고가 발생했다”며 “진수 과정에 미숙한 지휘와 조작상 부주의로 인하여 대차 이동의 평행성을 보장하지 못한 결과 함미(배꼬리) 부분의 진수 썰매가 먼저 이탈돼 좌주되고 일부 구간의 선저 파공으로 함의 균형이 파괴되고 함수(뱃머리) 부분이 선대에서 이탈되지 못하는 엄중한 사고”라고 보도했다. 육상에서 구축함을 건조한 후 슬라이딩 방식으로 배를 물에 띄우다가 배 뒷부분을 지탱하던 진수썰매가 먼저 빠졌다는 것. 이에 구축함의 꼬리 부분이 땅에 닿았고 바닥에 구멍이 생기는 등 선체가 부서졌다는 것이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 청진항의 대형 함정 진수 동향을 사전에 감시하고 있었으며, 측면 진수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위성사진에는 사고 구축함이 함수 쪽은 육지에, 함미 쪽은 바다에 빠진 채 선체가 누워 있는 상태다. 북한 당국은 선체를 위장막으로 가려둔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구축함과 동급인 구축함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청진조선소에서 새로 건조한 5000t급(최현호) 구축함 진수식을 진행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사고 구축함과 동급의 신형 구축함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사고 구축함과 동급인 구축함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청진조선소에서 새로 건조한 5000t급(최현호) 구축함 진수식을 진행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사고 구축함과 동급의 신형 구축함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사고 구축함은 북한이 지난달 25일 남포조선소에서 진수식을 개최한 5000t급 신형 다목적 구축함 최현함의 ‘쌍둥이함’으로 보인다. 당시 김 위원장과 딸 주애가 참석하고 대규모 인원들이 동원됐던 최현함 진수식 행사는 조선중앙TV에서 1시간 넘게 보도됐다. ‘북한판 이지스구축함’으로 불리는 5000t급 구축함에 대해 북한은 “대공, 대함, 대잠, 대탄도 미사일 능력은 물론이고 공격 수단들, 즉 초음속전략순항미사일, 전술탄도미사일을 비롯해 육상 타격 작전 능력을 최대로 강화할 수 있는 무장 체계들이 탑재돼 있다”고 과시해왔다.

잠수함 함장 출신인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함수와 함미 쪽 레일이 부실했던 것으로 보인다. 진수 과정에서 배가 파손되는 건 굉장히 드문 사고”라며 “김 위원장이 직접 해군력 현대화를 계속 강조해왔던 상황에서 무리하게 진수식 날짜를 맞추려다 보니 안전 절차 등이 부실하게 준비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 김정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대규모 문책 예고

사고 전 과정을 지켜본 김 위원장은 “이것은 순수 부주의와 무책임성, 비과학적인 경험주의에 의해 산생된 도저히 있을 수도 없고,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심각한 중대 사고이며 범죄적 행위”라며 격노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직접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와 국가과학원 역학연구소 등을 일일이 거명하며 처벌을 예고했다.

북한은 2023년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때도 실패 사실을 공개했지만 분노나 책임자 처벌까지 공식화한 적은 없었다. 코로나19 방역 실패와 간부들의 비위가 적발됐을 때 ‘특대형 범죄’ 등을 언급했던 전례에 비춰볼 때 ‘교화’에서 공개처형까지 다양한 처벌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처벌 수위에 대해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분노 메시지를 공개한 것을 두고 내부 기강을 잡기 위한 공포 정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다음 달 소집한 당 중앙위 전원회의 전까지 긴급 복원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통일부 당국자는 “선박 기능이 불능한 수준의 대규모 파손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신형 구축함#쌍둥이함#진수식#좌초#해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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