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고위당국자 “주한미군 감축 배제 안해… 中 억지력이 우선순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5월 31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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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명 철수 검토” 부인 일주일만에… 주한미군 규모 조정 진행 시사
“北 대응만 아니라 中억제도 최적화
韓정부와 태세 조정 협력 필수적”
일각선 美방위공약 전면 변화 우려

미국 국방부 고위 당국자가 29일(현지 시간) 중국 견제를 위해 한국에 배치된 주한미군을 감축해 인도태평양 지역 다른 곳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22일 주한미군 4500여 명을 한국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를 부인한 지 일주일 만이다. 해외 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 일환으로 주한미군 감축이 사실상 검토되고 있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 주한미군 감축 검토 ‘빙산의 일각’일 수도

AP통신에 따르면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함께 아시아 안보대화(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싱가포르를 찾은 두 명의 고위 국방 당국자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가장 잘 견제하기 위해 필요한 주둔군 규모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배치된 병력의 감축(reduction)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중 한 당국자는 주한미군의 숫자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병력 배치 규모는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것만이 아니라 중국을 억제하는 데에도 최적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AP는 전했다.

이 같은 발언은 올해 8월 ‘2025 국방전략(NDS)’ 발표를 앞두고 사실상 주한미군 규모 조정 과정이 진행 중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은 미군은 미국 본토 방어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에 집중하고 러시아, 북한, 이란 등 다른 위협은 해당 지역의 동맹국에 최대한 맡긴다는 게 핵심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일각에선 당초 WSJ 보도로 논란이 된 ‘4500여 명’보다 주한미군 감축 규모가 더 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주한미군 감축은 현재 미국이 검토하는 변화에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것.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 주한미군 감축뿐만 미국의 한반도 방위 공약의 전면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 소식통은 “현재 미 행정부 안에서 여러 아이디어가 산발적으로 제기되는 단계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특히 미 국방수장인 헤그세스 장관이나 NDS 수립을 총괄하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그간 해외 주둔 미군을 중국 대응에 맞춰 재배치하고 동맹국들이 비용 및 역할 부담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에 초점을 맞추고 북한에 대한 대응은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향후 미국이 한국의 대북 전력 확충 등 동맹 기여를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현재의 핵우산 체제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도 이날 “우리는 동맹과 파트너들이 자국 방어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줄 것”이라고 했다.

● 美 “중국에 대한 억지력이 우선순위”

이 같은 방안이 현실화되면 주한미군의 작전 운용 및 전력 배치의 연쇄적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대만해협 유사시 주한미군이 투입되는 방향으로 작전 운용이 변화하거나 중국의 위협에 대한 한미의 대응을 한미 연합훈련에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다는 것.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도 “중국에 대한 억지력이 우리의 우선순위”라며 “한국 정부와 동맹을 현대화하고, 지역 내 안보 환경의 현실을 반영해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의 태세를 조정(calibrate)하기 위해 한국 정부와 협력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여전히 주한미군 감축 등이 한미 간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 소식통은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한미 간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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