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입력하자 ‘동지’로 자동수정…北, 스마트폰에 남한말투 제거 프로그램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일 11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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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는 지난해 북한에서 밀반출된 스마트폰을 입수해 최근 공개했다. BBC 캡처
BBC는 지난해 북한에서 밀반출된 스마트폰을 입수해 최근 공개했다. BBC 캡처
북한 당국이 스마트폰을 통해 주민들을 통제 및 감시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남한’을 키패드에 입력하면 ‘괴뢰지역’으로 자동 수정되게 하거나, 사용자가 알 수 없게끔 화면을 캡처한 뒤 당국만 볼 수 있는 비밀 폴더에 저장하는 식이다.

1일(현지 시간) 뉴욕포스트(NYP)에 따르면 BBC는 지난해 북한에서 밀반출된 스마트폰을 입수했다.

BBC 취재진이 해당 스마트폰에 한국어로 ‘오빠’를 입력하려 하자, ‘친형제나 친척 간인 경우에만 쓸 수 있습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등장했다. 동시에 ‘오빠’는 ‘동지’라는 단어로 자동 수정됐다. NYP는 “한국에서 ‘오빠’는 연인 사이에서 남자친구를 지칭하기도 하는데, 북한은 이를 금지한다”고 분석했다.

‘남한’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괴뢰지역’으로 바뀐다. 괴뢰(傀儡)는 ‘꼭두각시 인형’을 뜻하는 한자어로, 북한은 한국이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주장하며 해당 표현을 자주 사용해 왔다.

북한은 한국식 말투 및 억양 사용을 막기 위해 휴대전화에 당국에서 지정한 ‘괴뢰말투제거용프로그램’ 설치를 의무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의 스마트폰은 사용자가 알 수 없도록 5분마다 은밀하게 화면을 캡처해 비밀 폴더에 저장하기도 한다고 BBC는 밝혔다. 이 폴더는 당국에서만 열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주민들이 금지된 콘텐츠 등을 보거나 공유하는지 당국이 알아내려는 것”이라며 “북한 정권이 현재 얼마나 놀라운 수준으로 정보를 검열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선임연구원이자 북한 정보통신 기술 전문가인 마틴 윌리엄스는 “스마트폰은 이제 북한이 주민들을 세뇌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됐다”고 평가했다.

#북한#스마트폰#검열#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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