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품격 있는 토론”…23년前 노무현·이회창 영상 역주행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6월 2일 20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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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그때 그 마음’ 갈무리
유튜브 채널 ‘그때 그 마음’ 갈무리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TV 토론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은 가운데, 23년 전 대선 토론회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2일 유튜브에는 ‘지금과 달랐던 품격 있는 토론’이라는 제목의 쇼츠 영상이 조회수 1200만 회를 돌파했다.

영상에는 2002년 제16대 대선 당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을 주제로 토론하는 내용이 담겼다.

노 후보는 수도권 과밀을 근거로 수도를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인한 혼란이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수도를 옮긴다는 이유로 6조원을 쓰면서 분란을 일으킬 게 아니라 서민 교육을 위해 투자할 의향은 없으신가”라며 노 후보에게 물었다. 이에 노 후보는 “수도권 과밀로 인해 매년 10조원이 넘는 교통 혼잡 분담금이 생기고, 8조원이 넘는 환경 공해 비용이 생기고, 분당에서 빠져나오는 데 30분이 걸린다”며 “서민들이 겪고 있는 이 고통을 해결하는 데 6조원이 그렇게 비싸다는 얘기신가”라고 답했다.

이 후보는 “지금 수도권의 교통문제는 교통문제로서 처리해야 한다”며 “대전으로 옮겨서 수도권 문제를 해결하자 그러면 대전에 그 번잡한 교통문제가 다시 옮겨간다. 서울을 공동화시켜서 죽여가면서 교통문제를 해결하자 하는 것은 교각살우”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충청권에 10년쯤 걸려서 50만 정도 되는 작은 행정수도가 건설된다고 해서 거기에 무슨 교통 혼잡이 옮겨간다는 말씀이신가”라고 응수했다.

해당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양당 후보가 상대의 말을 귀담아들으며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모습이 현재와 대조된다며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상대 후보에 대한 비난이나 막말, 네거티브 전략으로 시간을 할애하는 대신 자신의 정책이나 비전을 설명하는 진정한 토론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또 다른 토론 영상에서 당시 이 후보가 “주한미군 철수를 과거에 강력히 주장했는데 요즘은 ‘통일 후에도 있을 수 있다’(고 입장을 바꾸지 않았느냐)”고 묻자 노 후보가 “정치하며 점차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되며 주한미군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초선 때 약간 판단에 잘못이 있었다 해서 너무 그리 탓하지 말아 달라”고 답하는 장면도 담겼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자신의 과거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에 ‘부드럽고 강한, 지금과 다른 감동이 있는 정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서로 비꼬거나 말 끊는 것이 없어 힐링된다”, “질문과 답변 속 각자 입장이 분명하게 느껴지고, 딴지 거는 것 없이 경청하는 모습이 너무 건강하다”, “정치의 방향은 달라도 토론 자체가 품격있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앞서 이번 대선 후보 토론회는 정책과 비전을 알리기보다는 네거티브에 치중해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제, 사회, 정치 분야로 주제를 달리해 TV토론이 열렸지만 후보들은 불리한 답변은 회피하고, 상대를 향한 원색적인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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