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연합훈련중 조종석 열려
공군, 사고조사-정비 10명 美 급파
오폭-기관총 낙하-추락, 사고 반복
“지휘부 공백속 기강해이 탓” 지적
공군은 11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다국적 연합 공중전투훈련 ‘레드플래그 알래스카’에 참여했던 공군 KF-16 전투기가 훈련 도중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파손된 KF-16 기체가 미 아일슨 공군기지 활주로 옆 풀밭에 있는 모습. 사진 출처 X
미국 알래스카에서 미 태평양공군사령부가 주관하는 다국적 연합훈련인 ‘레드플래그 알래스카’에 참가 중이던 공군의 KF-16 전투기가 이륙 도중 조종사가 비상탈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 전투기가 해외 연합훈련 중 사고가 난 것은 처음이다. 앞서 3월 KF-16 전투기의 민간 오폭과 4월 KA-1 공중통제공격기의 기관총 낙하에 이어 올해 들어 공군에서만 3번째 사고가 발생한 것. 지난달 29일 승무원 4명이 순직한 해군의 해상초계기 추락 사고를 포함해 군내 항공기 사고가 잇따르면서 ‘12·3 비상계엄’ 여파로 지휘부 공백 장기화 등으로 인한 기강 해이가 원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활주로서 이륙 도중 조종사 비상탈출”
공군에 따르면 11일 오전 9시 2분경(한국 시간) 알래스카주 아일슨 미 공군기지에서 KF-16 전투기 1대가 이륙 도중 갑자기 조종석의 덮개(캐노피)가 열리면서 조종사 2명이 비상탈출했다. 조종석의 ‘이젝션(사출) 장치’가 작동되면서 조종사들은 하늘로 솟구친 뒤 낙하산이 펼쳐지면서 지상으로 떨어진 것. 사고기의 전·후방석에 탑승한 조종사들은 모두 대위라고 공군은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사고 항공기가 이륙 도중 비상탈출과 함께 활주로를 이탈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사고 직후 기수가 심하게 파손된 채 시커먼 연기를 내면서 불타고 있는 사고 기체를 현지 소방대원들이 진화하는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이 속속 올라왔다. 공군은 “사고 직후 구조된 조종사 2명은 미 육군병원으로 이송돼 검진한 결과 경미한 화상과 열상 외 특별한 부상은 없다”며 “사고 항공기는 화재로 인한 부분 파손된 상태로 기지 활주로 옆 풀밭에 위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투기의 비상탈출은 조종 불능 등 유사시 조종사가 핸들이나 고리 형태의 이젝션 장치를 작동시키는 방식이다. 일부 기종은 컴퓨터가 자동으로 이젝션을 결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공군 관계자는 “현재로선 사고 원인을 단언할 수 없다”며 “미 측과 긴밀한 협의하에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확인할 방침”이라고 했다. 공군은 사고 조사팀과 긴급정비팀 10여 명을 11일 다목적공중급유수송기(KC-330) 편으로 현지로 급파했다.
● “한 달에 한 번꼴로 군용기 사고”
이번 사고를 비롯해 연이은 군용기 사고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3월 이후 군내 항공기 사고는 매달 반복되는 상황이다. 3월 6일엔 공군의 KF-16 전투기 2대가 연합훈련 중 민가에 폭탄을 투하해 민간인과 군인 등 66명이 다쳤고, 건물 203동, 차량 16대가 파손되는 등 219건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조종사들의 부주의로 폭격 좌표를 오입력한 사실이 드러나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로부터 11일 뒤엔 육군의 대형 무인기가 착륙 중 헬기와 충돌해 두 기체 모두 전소하면서 200억 원 이상의 물적 피해가 났다. 4월 18일엔 공군의 KA-1 공중통제공격기가 비행훈련 중 기관총과 실탄, 연료통을 비정상 투하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이 사고 원인도 조종사 과실로 드러나 또다시 군 기강 해이가 도마에 올렸다.
이어 지난달 29일엔 해군의 해상초계기가 이착륙 훈련 중 추락해 승무원 4명이 순직하는 사고까지 터졌다. 이례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군용기 사고에 군 당국도 당혹스러운 기류가 역력하다.
군 안팎에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방부 장관의 부재 등 군 지휘부의 난맥상으로 군내 기강이 느슨해진 탓이라는 분석이다. 군 당국자는 “최근 군에서 대형 사고가 유달리 빈번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새 정부가 가급적 이른 시기에 국방수장 임명을 통해 지휘부 공백을 메우고, 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는 등 군을 추슬러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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