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문자에 ‘오빠’ 호칭 쓰거나 ‘♥’ 붙이면 단속”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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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6월 26일 10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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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혁 북한이탈주민이 25일 서울 종로구 유엔 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피해자 및 증인이 바라보는 지난 10년 간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인권 상황 공개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일혁 북한이탈주민이 25일 서울 종로구 유엔 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피해자 및 증인이 바라보는 지난 10년 간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인권 상황 공개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북한이 한국 드라마와 K팝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주민을 공개 처형한 정황이 탈북민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문자메시지 속 ‘오빠’ 호칭과 하트(♥) 이모티콘까지 단속 대상으로 삼았다는 증언도 이어지며 충격을 주고 있다.

유엔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는 25일 서울 중구 글로벌센터에서 ‘피해자 및 증인이 바라보는 지난 10년간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인권 상황’을 주제로 공개 증언 행사를 열었다.

드라마·K팝 유포 시 공개 총살당해…한 번에 12명 처형되기도

2023년 5월 가족과 함께 어선을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탈북한 김일혁 씨는 이날 행사에서 “제가 알고 지내던 22세 청년이 남한 드라마 3편과 K팝 70곡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공개 총살당했다”며 “석 달에 한두 번꼴로 공개 총살이 있었고, 한 번에 12명씩 처형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2020년 12월, 남한 영상물 유포자는 사형에, 시청자에게는 최대 15년형을 부과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 바 있다. 김 씨의 증언은 이 법이 실제 사형 집행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맹효심 북한이탈주민이 25일 서울 종로구 유엔 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피해자 및 증인이 바라보는 지난 10년 간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인권 상황 공개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맹효심 북한이탈주민이 25일 서울 종로구 유엔 인권사무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피해자 및 증인이 바라보는 지난 10년 간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인권 상황 공개 세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 “이름에 ‘오빠’, ♥ 쓰면 경고”…휴대전화 이모티콘도 단속

같은 자리에서 증언한 또 다른 탈북민 맹효심 씨는 “2015년부터 휴대전화 검열이 본격화됐다”며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오빠’로 저장하거나 이름 뒤에 하트(♥) 이모티콘을 붙이면 청년동맹에서 ‘○○동지’로 바꾸라고 지적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드라마나 음악을 듣다 걸려도 300~400달러를 내면 넘어갈 수 있었지만, 최근엔 처벌을 피하기 위해 요구되는 뒷돈 액수가 훨씬 커졌다”며 “저도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늘 ‘이러다 나도 총살당할 수 있겠다’는 불안 속에 살았다”고 털어놨다.

이번 증언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공식 보고서로도 반영될 예정이다. 유엔인권사무소는 26일까지 탈북민들의 추가 공개 증언을 이어가며, 수집된 자료는 오는 9월 열리는 제60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후속 보고서로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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