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기재부 요직 거쳐 두산行… “에너지믹스 대통령 철학 구현 기대”
文정부 탈원전과 선긋기 평가 나와
첫 내각중 기업인 4명, 역대 최다… 김용범-하정우 포함땐 6명 달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원전 생태계 핵심 기업 출신인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29일 지명됐다. 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산업부 장관에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두산 출신을 발탁한 것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확실한 선 긋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까지 지명한 17개 부처 장관 후보자 중 김 후보자까지 기업 출신 4명을 발탁했다. 역대 정부 첫 내각 중 가장 많은 기업인이 포진한 것이다. 대통령실의 김용범 정책실장과 하정우 AI(인공지능)미래기획수석비서관을 포함하면 이재명 정부가 발탁한 고위직 인사 가운데 기업 출신은 6명에 이른다. 이들의 출신 기업은 AI와 가상자산, 소형모듈원전(SMR) 등 정부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첨단 기술 분야에 집중됐다.
● 탈원전에 부도 위기 몰렸던 두산서 발탁
김 후보자는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공직을 시작해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관과 한국은행 자본시장부장 등 정책·금융 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8년 두산그룹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2022년에는 두산에너빌리티 마케팅 담당 사장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진행하는 사업 전반의 마케팅을 총괄해 왔다. SMR 관련 국제 협력 등 회사의 주요 성과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는 평가다. ‘팀코리아’의 일원인 두산에너빌리티를 이끌며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신규 건설사업 수주에 참여했으며 원전 사업 지역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까지 넓히는 등 사업 확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김 후보자는 이날 소감문을 통해 “급변하는 통상환경 속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 전략적 대응과 무역구조 혁신을 통해 수출 1조 달러 시대의 기반을 만들겠다”며 “당면한 통상위기 극복과 신성장동력 육성을 통해 저성장을 돌파하고 글로벌 산업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부도 위기에 휩싸이기도 했던 두산에너빌리티 출신을 장관 후보자로 발탁하자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민주당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는 차별화된 기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대선 때부터 ‘에너지 믹스 정책’을 앞세워 일정 부분 원전 이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첨단산업 육성 차원에서 SMR 분야의 연구개발(R&D)도 적극 지원할 구상도 갖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번 인선이 새 정부의 원전 정책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번 인사가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알리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저희는 에너지 믹스라고 하는 대통령의 철학을 잘 구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역대 정부 내각 중 가장 많은 기업인 포진
역대 정부는 출범할 때마다 주요 경제부처에 전문 경영인, 기업인 등을 장관으로 발탁하려 했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가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주식 백지신탁 제도’ 때문에 인선에 어려움을 겪었다. 문재인 정부는 LG전자 평사원에서 임원까지 오른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윤석열 정부에선 벤처기업인 출신인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을 내각에 발탁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이재명 정부는 첫 내각에 지금까지 4명의 기업 출신 장관 후보자를 지명했다. 이 대통령의 기업인 발탁은 특히 AI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에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을, 중기부 장관 후보자에는 한성숙 전 네이버 대표를 지명했다. 또 초대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혁신센터장을 발탁했다. 1976년생인 배 후보자, 1977년생인 하 수석 모두 40대 기업인 출신이다.
관료 출신이지만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이도 대거 발탁됐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은 30년 넘는 공직 생활을 마무리한 뒤 LG경영개발원 글로벌전략센터장을 지냈다. 기재부 1차관 등을 지낸 김 정책실장은 공직 퇴임 후에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의 자회사인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를 맡았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실용적 인선이란 기준을 세우고 인재를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필요한 부처나 자리에 기업인이 발탁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주요 5대 그룹 총수를 만나 직접 인사 추천을 당부하는 등 기업인 발탁 의지를 드러낸 것도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관 후보자 △전남 장성(57) △광주제일고 △서울대 경제학과 △행정고시 36회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선임 협조금융 전문가 △한국은행 국제경제부장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관 △두산 경영연구원 원장 겸 대표이사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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