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9월로 예정된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사진)이 이 대통령을 대신해 중국을 방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권 관계자는 20일 “한미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에 먼저 참석하게 되면 한미동맹 등 우방과의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대통령 대신 우 의장이 중국을 방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여권에선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참석한 이후 오히려 한중관계가 악화 일로를 걸었던 사례를 들어 이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만류하는 의견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초청한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외면할 수 없는 만큼 우 의장이 대신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 의장은 올 2월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초청을 받아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면담을 갖고 APEC 정상회의 참석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우 의장은 “한국 외교 정책의 핵심은 대중국 우호에 있다”며 양국 간 상호 신뢰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우 의장 측은 “아직까지 중국과 대통령실로부터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전승절이라는 범국가적 행사 참석 여부는 대통령이 먼저 확실히 결정한 후에 국회의장의 참석 여부를 논의해야 할 문제”라며 “한중, 한미 관계 등 복잡한 외교 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국회의장이 대신 참석한다고 확정 짓는 것은 선후 관계가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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