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취임식 초청 명단 분석]
초청 법조인 尹정부서 승승장구
“사적 관계 중시, 도가 지나쳐”
2022년 5월 10일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은 765명을, 김건희 여사는 849명을 특별 초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정부는 최원일 천안함 전 함장 등 천안함 생존자와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배우 오영수 씨 등 국민희망대표 20명이 특별 초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검찰 재직 시절 인연을 맺었던 법조인 및 검찰 수사관부터 보수 유튜버 10여 명,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단골 식당으로 보이는 식당 사장까지 사적 관계에 있는 인사들이 대거 초청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동아일보가 확보한 ‘대통령 특별 초청 명단’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검찰 재직 시절 선배였던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과 송해은 전 서울동부지검장을 초청했다. 김 전 고검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과 방송통신위원장 등을 지냈다. 이들은 현재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지낸 윤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도 초청됐다.
검찰 선후배였던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조상준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등 초청자 중 이후 윤석열 정부에서 요직을 거친 인사들도 적지 않았다. 검찰 수사관 출신으로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던 복두규 전 대통령인사기획관, 김영창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 강진구 한국가스공사 상임감사 등도 취임식에 초청됐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보수 유튜버 10여 명도 취임식에 초청했다. 보수 유튜버인 배승희 변호사를 비롯해 고성국(고성국TV), 김세의 강용석(이상 가로세로연구소), 안정권(벨라도) 씨 등이 초청 명단에 포함됐다. 배 변호사와 고 씨는 윤석열 정부 시절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가 됐다. 그러나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 옹호 발언 논란 등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안 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인근에서 욕설 시위를 해 모욕 혐의 등으로 고소돼 구속된 인물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직계 가족 및 친인척 70여 명도 취임식에 초청됐다. 윤 전 대통령은 부친인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를 비롯해 사촌 등 20여 명을, 김 여사는 모친 최은순 씨와 오빠 김진우 씨 등 50여 명을 초청했다.
김 여사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에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성형외과의 원장인 박동만 씨도 윤 전 대통령 초청으로 명단에 포함됐다. 박 씨는 대통령 자문의로 활동하는 등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관계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과 사적으로 가까운 동부산업 황하영 회장과 대통령 관저 사전 답사 의혹에 연루됐던 풍수 전문가 백재권 씨 등은 김 여사가 초청했다. 김 여사가 2022년 6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일정에 동행했던 전 코바나컨텐츠 직원 김량영 씨도 김 여사 초청으로 명단에 포함됐다.
이 외에도 윤 전 대통령 부부의 단골 식당으로 보이는 소고깃집, 삼겹살집, 횟집, 돼지국밥집 사장들과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사저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주민 6명도 초청 대상에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전례에 비해 사적 인연으로 얽힌 인사들이 특별 초청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전 대통령 부부는 공과 사의 경계를 구분하는 인식 자체가 거의 없었던 거 같다”며 “사적 관계를 중시하는 것이 도가 지나친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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