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조정 건의” 발언뒤 NSC회의
대통령실측 “개인 의견” 신중 기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남북 대화 재개 및 관계 개선을 위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지프리덤실드·UFS) 조정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가안보실이 주관하고 안보 부처 차관들이 참석하는 국가안보회의(NSC) 실무조정회의가 29일 열렸다.
이날 오후 열린 회의에선 연합훈련 조정이 의제로 올랐다. 회의에선 연합훈련 조정을 위해선 미국과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전날(28일) 기자들과 만나 “NSC 실무조정회의에서 이 사안이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며 “정부 의지에 따라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고 말했다. NSC 실무회의는 이 대통령이 의장인 NSC 상임위원회 협의에 올릴 안건을 조정하는 회의체다.
하지만 다음 달 중순 훈련을 앞둔 군 안팎에선 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국방부는 전날 정 장관의 연합훈련 조정 발언이 국방부와 논의를 거치지 않고 나온 발언이어서 당황스럽다는 분위기다. 국방부 내부에선 고위 당국자가 정 장관의 훈련 조정 발언을 두고 “왜 자꾸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이냐”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한국은) 한미연합 방위체계 구축을 근간으로 삼은 나라이기 때문에 훈련은 어떤 경우가 있더라도 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연합연습은 한미가 상호 협의하에 진행하는 사안으로 현재까지 변경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군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이번 훈련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기간 단축 등 북한의 반응을 고려한 조정은 없다. 본 훈련 시작을 약 20일 앞둔 시점에서 이를 축소하거나 조정해 봐야 한미동맹에 실익이 전혀 없다는 것이 국방부 판단”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신중한 기류다. 강유정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 장관이 그런 제안을 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했고, 현재는 다양한 부처에서 그 부분 의견을 듣겠다는 것에서 더 나아가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 장관 개인 의견으로 봐달라”며 “내부적으로 거기에 대해 논의가 더 진척된 것은 없는 것 같다. 연합훈련이라는 게 결국 상황을 전체적으로 봐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정부가 지금 서두를 때가 아니다”라며 “우리가 북한과의 대화를 명분으로 미국과 보조를 맞춰보지도 않은 채 앞서가면 한미동맹을 갈라놓으려 하는 북한에 오히려 꽃놀이패를 쥐여 주는 격”이라고 우려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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