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 비난 다음날 美엔 손짓… 백악관 “비핵화 대화 열려있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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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미 정상 관계 나쁘지 않아”
핵보유 인정 전제로 대화 내비쳐
대통령실 “대북정책 美와 긴밀 공조”
일부선 북미협상 가능성 점치기도

김여정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29일 “북-미 정상 관계는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전날(28일) 공개된 대(對)남 담화에선 한국엔 “마주 앉을 일 없다”고 선을 그은 반면 미국을 향해선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한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 미국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 김 위원장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며 비핵화를 조건으로 한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한미의 대화 제의에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던 북한이 이틀 연속 담화문을 낸 데 대해 대통령실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 김여정 “비핵화 논의는 우롱”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조미(북-미) 수뇌들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비핵화 실현 목적과 한 선상에 놓이게 된다면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우롱”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국가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 지위와 그 능력에 있어서 또한 지정학적 환경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엄연한 사실에 대한 인정은 앞으로의 모든 것을 예측하고 사고해 보는 데서 전제돼야 할 것”이라며 “우리 국가의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철저히 배격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면서도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북-미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수령을 거부해 온 것으로 알려진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향해 이틀 연속 담화를 낸 것을 두고 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bromance·남성 간 우정)’ 재개 의지를 밝힌 트럼프 대통령을 통해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핵보유국 인정 등을 끌어내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재명 정부에서 대화를 원하고 있는 상황을 미끼로 활용하면서 궁극적으로 얻고 싶은 ‘핵보유국 지위’라는 맥시멈 대화 조건을 요구한 것”이라며 “다만 이런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북한이 나올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국으로부터 (대북 유화책으로) 받을 건 다 받아먹고, 대화 상대는 미국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라며 “두 담화를 종합하면 한미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를 중단하고 비핵화 협상이 아닌 핵 군축 협상하자는, 트럼프 2기 출범 후 나온 담화 중 가장 명료하고 직설적인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 백악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대화 가능”

북한의 담화에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 정상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으면서도 북한 비핵화 목표는 유지하고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백악관 당국자는 28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fully denuclearised)’를 위해 김 위원장과의 관여(engaging)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수차례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표현하며 김 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의지를 강조해 왔다. 4월엔 “(김 위원장과) 소통이 있다.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북한을 ‘거대한 핵 능력 보유국’이라고 했다. 올 1월 취임식 당일에도 “그(김 위원장)는 핵 능력이 있다. 그 역시 나의 귀환을 반길 것”이라며 “우리는 잘 지냈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는 북-미 대화 가능성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김 부부장이 이틀 연속 입장을 낸 것이 굉장히 이례적인 것 아닌가”라며 “북한 고위당국자의 담화에 대해 굉장히 유의하고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한미 양국은 한반도 평화,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 왔다”며 “정부는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해 북-미 회담 재개를 적극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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