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페이스북에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소식을 전하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미국이 대한민국과 완전한 무역 거래에 합의했다는 것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이재명 대통령이 2주 이내 양자회담을 위해 백악관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출처 미국 백악관 페이스북
한미 관세 협상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극적으로 타결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오벌 오피스(백악관 집무실)’ 회담이 취임 두 달여 만인 8월 중순경 이뤄지게 됐다.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첫 정상회담에서 대미 투자 등 관세 협상 합의안의 세부 내용은 물론이고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국방비 증액,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 등 미국의 ‘동맹 현대화’ 요구와 관련한 안보 현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국방비 증액 의견 접근, 대중 견제 압박 변수
조현 외교부 장관은 31일 워싱턴에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정상회담 시점과 의제 등을 조율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2주 내’ 시한을 언급한 만큼 광복절(8월 15일) 이전에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루비오 장관에게 다음 주라도 날짜를 잡으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 소식통은 “준비 시간을 고려할 때 국빈방문이 아닌 실무방문 형식이 유력하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협상과 안보를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나서면서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한미 간 안보 협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최대 현안은 국방비 지출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한미 동맹의 중국 군사적 견제 역할 확대 등 이른바 ‘동맹 현대화’가 꼽힌다.
한미는 관세 협상과 함께 진행돼 온 안보 협상을 통해 국방비 지출 증액에는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요구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5% 국방비 지출 기준을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에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나토가 미국과 합의한 직접 국방비 지출 규모인 GDP 대비 3.5%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국방비 지출을 확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국방비 지출에 대북 군사적 역량 확충, 장병 처우 개선, 연구개발(R&D)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정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해선 증액이 어렵다는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산 무기 구매에 대한 발표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산 무기 구매는 대미 투자를 주로 논의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협의 라인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다만 중국 견제 동참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날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의 첫 통화에서 “한반도에서 연합 방어 태세가 공동의 위협에 대항한 억지력에 신뢰성 있게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우리 국방부가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고 확장 억제 협력을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며 동맹의 위협을 북한으로 명시한 것과 달리 미 측은 ‘공동의 위협’을 거론하며 중국이 주요 위협임을 강조한 것. 국방부는 “양국 장관은 변화하는 역내 안보 환경 속에서 한미동맹을 상호 호혜적으로 현대화하기 위한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 들어 한미동맹 현대화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 대기업 대미 투자 확대 발표될 듯
러트닉 장관이 “이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하면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대미 투자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관세 협상에서 합의된 3500억 달러(약 487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별도로 정상회담 기간에 재계 총수들도 워싱턴에 집결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테슬라는 최근 165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한 뒤 투자를 더 확대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테슬라와 43억 달러(약 5조 원) 규모의 초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장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대미 투자에 대해 “한화오션은 미국 필리조선소 주문이 늘어나면 훨씬 더 많은 생산 능력을 갖춘 쪽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계획도 보고가 됐다”며 “삼성그룹이 테일러 팹(공장)을 건설하고 현대자동차가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고, SK그룹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그린필드 투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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