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배 목사가 최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유통일연구소 창립 세미나에서 ‘회령시 지하교회 사건’ 등 북한 내 종교 탄압과 신앙 실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주 목사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체제 전복 행위로 여기는 종교가 북한 주민들에게 많이 퍼진다는 것은 결국 통일도 가까워진다는 의미”라고 했다. 북한인권과민주화실천운동연합 제공
“북한 정권이 청년들을 겨냥한 종교 금지법까지 만들었다는 게 무슨 뜻이겠습네까? 그만큼 광범위하게 퍼진 상태라는 반증이지요.”
최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는 자유통일연구소(소장 손광주) 창립 세미나 ‘북한의 종교 및 한류 탄압 실태와 남북 인권 대화의 길을 찾아서’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북한 내 종교 활동 및 탄압 사례를 증언했던 탈북자 출신 주경배 목사(57)는 6일 동아일보와 만나 “북한 정권은 어떻게든 지하 종교 활동을 막으려고 하지만, 이미 막기 힘들 정도로 널리 퍼져있다”라고 말했다. 2008년 탈북한 그는 2020년 목사 안수를 받은 뒤 탈북민들과 북한 내 선교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북한은 선전용 외에는 종교의 자유가 없지 않습니까. “겉으로는 그렇지요. 그런데 2021년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젊은이들의 사상과 행동을 통제하는 ‘청년교양보장법’이란 걸 채택했어요. 김정은 정권의 대표적인 악법 중 하나인데, 제41조(청년들이 하지 말아야 할 사항) 3항이 ‘종교와 미신 행위’에요. 이게 무슨 의미겠습니까. 별도로 법을 만들어 통제해야 할 정도로 종교가 젊은 층에 많이 퍼진 상태라는 반증이죠.”
―어느 정도나 될까요.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탈북민 중에 북한에서 지하교회를 하다 보위부에 잡혀간 사람이 있었어요. 조사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제일 윗사람 앞에 끌려갔는데, 재판에 안 넘기고 봐줬대요. 재판을 받으면 바로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갈 처지였지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봐준 사람이 신앙생활을 하는 간부였다고 해요. 그런 걸 보면….”
―구한말처럼 외부에서 목사나 선교사가 들어갈 순 없지 않습니까. “북한 내에서 전도하는 집단은 세 종류에요. 이미 분단 전부터 신앙을 가지고 대대로 이어온 ‘그루터기’라고 불리는 사람들, 그루터기로부터 지하교회 등을 통해 신앙을 갖게 된 사람들이 있지요. 그리고 탈북했다가 신앙을 접하고, 전도하러 다시 북한으로 들어간 사람이 있고요.”
―통제가 극심할 텐데 종교가 퍼진다니 이해가 잘 안 갑니다. “한국에선 늘 뉴스를 통해 북한을 보니까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아요. 북한 정권은 이중삼중의 감시망을 만들었지만, 주민들은 이웃이 신앙생활 하는 걸 알았다고 서로 다 신고하진 않아요. 주로 사이가 나쁘거나 미워하는 사람에게 그러지요. 한국 반공영화에 나오듯 옆집 사람도 못 믿으면 어떻게 살겠습니까. 걸렸다고 온 집안이 다 작살나는 것도 아니에요.”
―북한에서 종교 활동은 체제 전복 행위 아닌가요. “북한에는 ‘혁명적 군중 노선’이란 당 기본 노선이 있어요. 대중을 다 구원해서 혁명 승리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개념인데, 그러다 보니 일가족 수십 명이 걸려도 본보기로 몇 명만 크게 처벌하고 나머지는 살 수 있게 해줍니다. 집안을 전부 몰살하고 수용소에 보내면 누굴 통치하겠습니까. 그러다 보니 북한 정권의 의도와는 달리 아래에서는 종교가 퍼지고 있는 거지요. 종교가 퍼진다는 것은 김씨 왕조 신격화가 사실상 무너져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인도적 지원도 필요하지만, 선교도 통일을 이루는데 굉장히 중요한 일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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