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결혼전 문제 거론 속상해” 주가조작 부인에도 구속 못면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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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증거인멸 우려” 구속영장 발부
특검, 범죄 중대성 소명에 2시간 할애… “노트북 포맷 등 증거인멸 우려” 주장
金 “나와 관련 없는 일도” 1분 최후진술
판사 “목걸이 받았나” 마지막 질문… 金 “받은 적 없다” 답변하며 의혹 부인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5.08.12. 사진공동취재단


“결혼 전의 문제들까지 거론되고 있어 속상합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전현직 대통령 영부인 신분으로 구속된 김건희 여사는 1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판사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하자 담담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5시간 가까이 이어진 심문 내내 고개를 떨구며 침묵하던 김 여사는 “이런 일들이 생겨 송구하다”며 “저와 관련이 없는 일까지도 사회적 논란이 돼 속상하다”는 취지로 약 1분간 최후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증거인멸 우려” 구속 결정타


12일 오후 11시 58분경 법원이 김 여사에 대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한 건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한 김 여사 측의 해명에 대해 법원이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이 영장심사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관련 녹취록,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의 자수서 등 결정적 증거들을 제시했음에도 김 여사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구속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김건희, 남부구치소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흰색 스타렉스 차량을 타고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12일 오후 11시 58분경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김 여사는 이곳에 수감됐다. 채널A 화면 캡처
한문혁 부장검사 등 특검 측은 이날 오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시작으로 명태균 씨 등이 연루된 공천 개입 의혹, 건진법사 전성배 씨 청탁 의혹 사건 순으로 범죄 사실의 중대성을 설명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2010∼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범행에 가담해 총 8억1000여만 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김 여사가 시세 조종에 이용된 계좌를 통해 매수자와 매도자가 사전에 가격을 정해 놓고 주식을 매매하는 ‘통정거래’를 비롯해 총 3700여 차례 매매 주문으로 주가 조작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해 헌법적 가치를 훼손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전 씨를 통해 샤넬백 2개,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금품을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아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강조하는 등 김 여사 범죄 사실의 중대성을 소명하는 데 2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특검은 이날 김 여사의 증거 인멸 우려 가능성도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여사가 올 4월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를 일주일 앞두고 김 여사 본인이 운영해 온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점, 탄핵 선고 직후 휴대전화를 교체한 점 등을 들어 “이미 증거 인멸을 시도했고, 앞으로도 증거 인멸의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특검은 ‘김 여사에게 6000만 원대 반클리프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전달했다’는 내용이 담긴 서희건설 이 회장의 자수서와 실물 진품 목걸이도 제시했다. 김 여사가 특검 조사에서 해당 목걸이에 대해 “홍콩에서 구매한 모조품”이라고 했던 진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김 여사 측 변호인은 이에 당황하며 “갑자기 자수서를 제출하는 것은 방어권 침해 행위”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구속 심문 마지막 질문으로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목걸이를 받았느냐”고 물었고, 김 여사는 “받은 적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 尹 영장심사 때와 같은 법정에 선 김건희

특검은 6일 김 여사를 불러 조사할 당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담긴 녹취록 등 결정적 증거를 제시했음에도 김 여사가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을 지적했다. 이 밖에도 자신을 수행한 전직 대통령실 행정관들과 여전히 코바나컨텐츠에서 소통하고 있어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는 점, 통일교 청탁의 창구로 지목된 전 씨와의 말 맞추기 정황이 나온 점 등을 구속 사유로 주장했다. 이를 사실상 재판부가 모두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법률대리인으로 심사에 참여한 채명성 최지우 유정화 변호사는 “특검의 출석 요구에 곧바로 응했고 건강이 좋지 않아 도망의 우려가 없다”며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 측은 노트북 포맷 등 전자기기 초기화 조치에 대해서는 “대통령실 비밀 유지 서약상 필요한 조치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측은 또 ‘정신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악화됐다’는 내용의 의사 소견서와 함께 향후 특검의 조사에도 성실히 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날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는 지난달 9일 윤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곳과 같은 장소인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약 4시간 50분 동안 진행됐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도 같은 법정에서 구속 심사를 거쳤는데, 김 여사를 포함해 이들은 모두 구속됐다. 이날 심사는 점심시간을 생략한 채 진행됐고 휴정 시간도 5분가량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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