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사무실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5.8.6/뉴스1
“한국인들 사이에선 ‘VIP 1은 김건희’, ‘VIP 2는 윤석열’이라는 농담이 돌았다.”
1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전 영부인, 부패 혐의로 구속’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뇌물수수, 주가 조작, 정치적 영향력 행사 혐의 등으로 체포된 김건희 여사는 한국 역사상 수감된 ‘유일한 전직 영부인(only former first lady)’”이라며 이 같이 전했다. 이날 외신들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을 비중있게 다뤘다.
NYT는 한국의 다른 전직 대통령 네 명의 구속 때와는 달리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건 한국 역사에서 처음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법원은 김 여사가 증거 인멸의 위험이 있다고 봤다”며 “그는 지난주 법원 출석에서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묘사하며 혐의를 부인할 뜻을 내비쳤다”고 구속 배경을 설명했다. AP통신은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이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가 아닌, 남부구치소에 수감된다고 전했다.
특히 외신들은 김 여사가 윤석열 정부에서 ‘그림자 권력’으로 통했다고 지적했다. 김 여사가 권력의 배후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남편의 대통령 재임 시절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로 여겨졌다”며 “‘디올백 논란’을 포함해 여러 사건에 휘말렸다”고 소개했다. 가디언은 논문 표절로 김 여사의 석·박사 학위가 잇달아 취소됐다고도 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김 여사가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당시 여당이던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에 주목했다.
김 여사 논란이 윤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도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김 여사의 디올백 논란이 확산하면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크게 패했다”며 “(김 여사 논란이)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크게 약화시켰고, 결국 윤 전 대통령은 탄핵으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났다”고 진단했다. CNN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뜻밖이면서도 준비가 부족한 권력 장악 시도를 감행했다”며 “정치권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의 이런 행동이 아내를 둘러싼 의혹이 커지면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야당에 정치적 공격의 빌미를 준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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