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주 세종연 연구위원 “美, 대북 관광 투자 허용할 수도”
“韓, 대북제재 위반 않는 관광 방안 미리 마련할 필요 있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3일 “만경대혁명학원과 칠골혁명학원 원아들이 지난 9일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방문해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라며 새로 건설한 갈마지구를 선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최근 완공된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를 필두로 관광업 개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북한의 관광업이 한반도 평화 모멘텀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치·안보적 안정 확보가 최우선이라는 분석이 15일 나왔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 관광산업의 부상과 한국의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북한 관광산업의 부상이 한반도 정세 변화에 양가적 측면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위원은 “북한의 관광 정책을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의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한국의 정책적 대응이 미흡할 경우 북한의 관광산업 추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외교 및 경제적 공간을 주변국에 선점당할 가능성도 함께 상존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최 연구위원은 그 근거로 북한이 중·러와 관광 협력을 강화하는 점, 미국이 북한 관광지구 개발 사업을 대북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들었다.
실제로 북한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정상적인 무역과 투자 협력이 어려워지자, 우호국들과 경제 교류를 확대하는 통로로 관광을 이용해 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 한 해에만 최대 30만 명의 중국인이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추정되며, 코로나 팬데믹으로 단절됐던 관광 교류도 최근 러시아를 통해 재개되고 북한이 새로운 관광지를 전국 각지에서 건설하기 시작하는 등 북한 당국의 주요 관심사인 것이 사실이다.
최 연구위원은 “관광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투자 협력 제안은 북한에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일정한 제약을 부과하는 협상 수단이 될 수 있다”며 “협력안이 실행되면 북한은 외화 수입과 인프라 현대화라는 실질적 혜택을 얻게 되지만, 협력이 중단되거나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기대했던 관광 수익과 개발 효과를 상실하게 된다”라고 부연했다.
그는 향후 북미 접촉에서 관광 허용 및 투자 협력 사업이 논의된다면, 북한이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고 그 대가로 미국이 관광 사업을 허용하거나 투자 지원을 묵인하는 ‘스몰딜’ 형태의 합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는 북한 관광이 성공적으로 활성화됐을 때를 전제로 한다. 최 연구위원은 결국 관광 분야에서 실질적인 교류와 협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정치·안보적 안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외국 관광객이 북한을 방문할 때 한반도 정세를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이 선전한 금강산의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하지만 북한이 북중·북러 협력에 더 비중을 두는 만큼 관광사업 추진에 있어 한국 정부와의 관광 재개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최 연구위원은 예상했다.
이런 맥락에서 최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제3국 연계 관광, 인도적·문화적 성격이 강한 특별방문 프로그램 등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현 가능성이 높은 구체적인 방안을 미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최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는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유지하는 동시에, 관광 분야 재개가 단순한 경제적 성과를 넘어 문화 및 인적 교류를 확대하고 상호 신뢰를 구축하는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여 사업의 중요성과 명분을 설득력 있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관광 교류는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남북 모두가 중장기적으로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의 일부로서 추진해야 한다”며 “북한이 점진적으로 관광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교류에 나설 수 있도록 참여 동기와 안전장치를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최 연구위원은 우선 남북관계가 개선될 경우 즉시 추진할 수 있는 관광 교류 사업들을 포함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를 들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 각종 국제 행사를 개최하겠다고 밝힌 것을 염두에 두고, 북한이 활용할 수 있는 테마별 프로그램을 사전에 구상하고,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들도 함께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외국인 관광객의 기피 요인을 줄이기 위한 정치·군사적 긴장 완화 및 남북 간 신뢰 구축, 관광 전반에 대한 정치적·제도적 신뢰 구축, 대북 관광이 제재 위반 논란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국제사회와 사전 협의 및 승인 절차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최 연구위원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사례에서 경험했듯이 관광객 안전 보장 문제를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제도화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한국을 포함한 해외 투자자에 대한 법적 보호 체계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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