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비판 담화에도 대통령실 “적대와 대결 시대 뒤로”
당국 “지금까지는 저강도 반응…접경지 훈련 아직 고려 안해, 채널 복원부터”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37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8.18 대통령실 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남북 간 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음에도 북측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다만 우리 정부는 북측의 미사일 발사가 한동안 없었다는 점, 비교적 절제된 발언을 내놓는다는 점 등을 들어 남북 간 신뢰 회복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0일 이 대통령을 겨냥해 “역사를 바꿀 위인이 아니다”라면서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명백히 하지만 한국은 우리 국가의 외교 상대가 될 수 없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김 부부장은 “우리는 문재인으로부터 윤석열로의 정권 교체 과정은 물론 수십 년간 한국의 더러운 정치체제를 신물이 나도록 목격하고 체험한 사람들”이라면서 “결론을 말한다면 ‘보수’의 간판을 달든 ‘민주’의 감투를 쓰든 우리 공화국에 대한 한국의 대결 야망은 추호도 변함이 없이 대물림해 왔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을지 자유의 방패(을지프리덤실드)’ 한미연합 훈련을 강하게 비판한지 하루 만에 다시 이재명 정부의 대화 제안에 선을 그은 것. 김 총비서는 지난 19일 “미한(한미)의 심화되는 군사적 결탁과 군사력 시위 행위들은 가장 명백한 전쟁 도발 의지의 표현”이라며 핵무장 확대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북측의 이같은 행동에도 우리 정부는 9·19 군사합의 단계적 복원을 포함한 유화책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난 발언을 쏟아내고 있지만 지난 5월8일 탄도미사일 발사, 5월15일 공대공미사일 실사격 훈련 이후 미사일 도발이 없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발언 수위도 윤석열 정부 당시와 비교해 상당히 절제돼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측은 5월15일 이후 한 번도 미사일을 발사한 적이 없다. 그들도 (대화를 위한) 마음의 자세는 돼 있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태도를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감정을 표현한 거라고 봐야 한다”며 “지금까지는 저강도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을지훈련에 대해 “북한을 공격하거나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하는 등 한반도 긴장 완화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김 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한 언론 공지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선제적 조치는 일방의 이익이나 누구를 의식한 행보가 아니라 남북 모두의 안정과 번영을 위한 것”이라며 “정부는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뒤로 하고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성장의 새 시대를 반드시 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지난 18일 구축함 ‘최현’호를 방문해 함의 무장체계통합운영시험과정과 구축함 해병들의 훈련 및 생활정형을 료해(점검)했다고 19일 보도했다. 뉴스1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전날(19일) “우리는 (북한과) 잘 지내고 싶다. 그것이 전쟁이 필요 없는 평화의 조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여러 차례 북한에 대해 실망했던 시간도 있었지만 지난 3년 윤석열 정부에서 남과 북을 적대시하고, 무인항공기를 보내고, 북한을 이용해 여러 도발을 만들었다는 징후 속에서 그 방식은 적어도 아니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잘 지내보기 위한 노력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우선 남북 간 전화 채널을 가동하면서 상호 간 방송 중단, 확성기 철거 등을 기점으로 순차적으로 합의 복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접경지 군사 훈련 중단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소통 채널 확보 등부터 상호 간에 시작해야 한다.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