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기획예산처-재경부로 쪼개
여가부는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기후에너지부 신설 방안 유력 검토
행안-과기장관 부총리로 격상 고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다음 달 말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나선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는 기획재정부를 두 개의 부처로 나눠 17년 만에 기획예산처를 부활시키고,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이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던 기후에너지부 신설의 경우 단계적 개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21일 복수의 정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가 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중 대선 공약에 포함된 내용을 중심으로 부처 개편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정기획위는 이 대통령에게 두 차례 대면 보고를 거쳤고, 이 대통령도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점 등을 감안해 대통령실에 신속한 검토를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기재부 분리 의사를 강하게 밝힌 만큼 개편안은 일찌감치 방안이 나왔다”며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나누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2008년 기획재정부 출범 이후 17년 만에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 체제로 돌아가 예산과 세제·국고 기능을 쪼갤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 정부는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을 통합해 재정경제원을 만들었으나 거대 부처로 인한 권한 집중에 대해 비판이 나오자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선 재정경제원을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했다.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는 방안도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여가부 폐지를 공약했던 윤석열 정권에서 사실상 ‘식물부처’로 전락한 부처의 위상 강화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에서 일부 기능을 떼어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가운데,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 포함될지를 두고는 부처 간 힘겨루기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한미 관세 협상에서 성과를 낸 산업부에 에너지 부문을 존치시키는 게 맞다는 의견도 있는 만큼 부처 신설이 미뤄질 수도 있다”고 했다. 산업부의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이관하거나 미국 무역대표부(USTR)처럼 독립적인 부처로 격상하는 방안은 추진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개편 방안을 놓고는 막판까지 고심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초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으나 대통령실 일각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워낙 이해당사자가 많고, 민간기구도 걸려 있는 문제라 조직 개편이 좀 복잡하다”고 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열린 임원회의에서 ‘다음 주에 조직 구성원들에게 이야기할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기획위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감원에서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 “정부조직법 다음 달 처리”… 부총리 개편 논의도
우상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시점에 대해 “9월 말 통과를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우 수석은 “(정부여당) 내부 논의와 조정 수준에 따라 1∼2주 정도 연기될 수 있다”며 “정부조직법은 여당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100일에 맞춰 국민보고회 형식으로 새 정부 조직 개편 구상을 공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맡고,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는 현행 부총리 체제도 일부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정기획위는 행정안전부 장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각각 부총리로 격상하는 복수의 안을 제안한 가운데 대통령실도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도 일부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저출생 문제, 인공지능(AI) 3대 강국 진입을 위해 현행 대통령 직속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확대·개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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