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만남 직전 “숙청” SNS에 회담시간 연기 ‘결례’
평정심 잃지 않은 李…트럼프 “위대한 지도자, 美 완전한 지원”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데는 공통 관심사를 이끌어 내며 공감대 형성에 주력한 이재명 대통령의 화술이 한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25일(현지시간)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회담은 오후 12시 43분부터 2시 59분까지 2시간 16분여간 진행됐다. 시작 시간은 다소 지연됐지만 당초 예정된 1시간 45분을 30여 분 넘기며 양 정상이 깊은 대화를 나눴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불과 2시간여 앞두고 SNS를 통해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숙청(Purge) 또는 혁명(Revoultion)이 일어나는 상황 같다”며 “그런 상황에서는, 그곳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순방단 안팎에선 협상 파행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 일정을 이유로 한국 측 순방단에 정상회담 시간을 늦추자고 연락해오는 ‘외교적 결례’도 서슴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전 연이은 미국 측의 선제 신경전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차분한 대응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미국 역할을 넘어서 새롭게 평화를 만들어 가는 피스 메이커 역할이 정말 눈에 띄는 거 같다”면서 “대통령께서 피스 메이커를 하면 저는 페이스 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추켜세우며 분위기를 띄웠다.
이어 이뤄진 비공개 회담에서도 이 대통령은 “우리 둘은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다”며 과거 암살 위협으로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을 언급해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피격 상황을 설명하며 흉기 피습을 당한 이 대통령과 깊은 교감을 나눴다.
‘골프광’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도 한미 정상회담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신장 등 체형에 맞춘 수제 골드파이브 퍼터에 미국 45대·47대 차수와 이름을 각인해 선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여성 프로골퍼 실력이 왜 이렇게 좋은거냐”고 비결을 물었고, 이 대통령은 “손재주 좋은 민족적 특성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고 답하는 등 골프 주제 대화도 오고갔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당신은 전사다.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이다.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예정보다 길게 진행된 오찬 (정상)회의를 아쉬워하며 마친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한 진전, 대단한 사람들, 대단한 협상이었다’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눴다”면서 “감히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