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비서실장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정상회담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 받은 모자와 사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08.28 뉴시스
대통령실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 참석 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28일 밝혔다. 열병식은 내달 3일 열린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김 위원장의 방중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며 “아는 것을 다 말할 수는 없지만 관계 기관을 통해 인지하고 있었고, 발표가 난다는 것을 아침에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한미 정상회담도 이런 영향들이 베이스로 깔려있다”며 “우리가 잘 된 것들도 이쪽이 이렇게 움직이는 흐름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부연했다.
10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김 위원장 참석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공간이나 방식, 시기 등을 확정할 단계는 전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적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는 보여준 것”이라며 “그것을 부정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향후 남북 채널을 열고 대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북중러 밀착 움직임’과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의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며 “북한과 언제든 대화할 뜻이 있고 북한의 동향 파악을 면밀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실장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로는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굳건한 신뢰관계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미 동맹은 군사를 넘어 안보·경제·기술을 아우르는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진화했다”며 “기술·경제 동맹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다.
아울러 “외교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두 정상의 첫 만남을 통해 양국 관계의 청사진을 공유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대화 필요성에도 뜻을 모았다. 이 신뢰는 한미 관계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강 실장은 “큰 산은 넘겼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은 남아 있다. 국제 정세가 요동치고 있고, 미국과의 협상은 계속 이어지는 ‘뉴노멀’이 자리 잡을 것”이라며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슬기롭게 가져가야 하는 과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상회담에서 합의문이 채택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협상이 빨리 되는 게 유리하다는 근거는 별로 없다”며 “전술적으로 시간을 가지는 게 나쁘지 않다는 내부적 판단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품목 관세 뿐 아니라 나중에 어떤 명문화 형식들은 갖춰질 가능성이 높다”며 “여러 복합 요인에 기인해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강 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당시 오찬장에서 있었던 뒷이야기도 소개했다. 그는 “오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손 글씨로 작성한 메뉴판과 명패를 보여주며 자랑했다”며 “서명을 해서 기념품으로 남겨주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측 인사들에게 기념품으로 준 모자에도 일일이 사인을 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강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그렇게 40~50번 서명하는 건 나름의 정성을 들이고 있다는 기분 지울 수 없었다”며 “신뢰관계가 많은 성과 중 하나라고 말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일이 서명하고 건네주면서 정성을 들이는 미국의 따듯한 아저씨 같은 인상을 받았다”며 “가기 전 두려움이 있었지만 이 서명으로 많이 풀어졌다”고 덧붙였다.
강 실장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의 핫라인 구축을 위해 한미 정상회담 기간 미국을 방문했다. 그는 “수지 비서실장과 만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며 “우리 안보실이 주도해서 (일정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어 “생각보다 백악관과 직접 소통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찾아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이 대통령도 추진해 보라고 했다. 외교·안보 라인들이 실무적으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국민의힘 장동혁 신임 대표와의 회동을 즉시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장 대표는 “의제가 없으면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강 실장은 “공식 제안이라면 문서로 보내야 하나”라며 “의제도 말씀드렸다. 장 대표의 당선 축하와 한미 정상회담 성과 및 후속 대책을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어떤 주제라도 논의해 볼 수 있다. 야당과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다”며 “의제가 안 맞아서 못 만나겠다거나, 형식이 안 좋아서 못 만나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답답한 마음을 함께 해결하는 마음으로 장 대표가 성의 있는 제안을 헤아려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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