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위해 전용열차를 타고 베이징역에 도착한 가운데, 김 총비서의 뒤로 딸 주애의 모습이 보인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중국 방문에 동행한 딸 주애의 행보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정작 주애는 한 번 모습을 보인 뒤 방중 일정 내내 ‘깜깜이 행보’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주애가 아직 북한의 ‘후계자’가 아님을 방증하는 행보로 보고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 1일 전용열차를 타고 평양을 출발해 2일 베이징에 도착해 4박 5일 동안 첫 다자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지난 3일 오전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과 연회에 참석했고, 오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4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만찬을 겸한 정상회담을 갖고, 곧바로 열차를 타고 베이징역을 떠났다.
김 총비서는 이번에 베이징에 약 54시간 체류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는 그의 중국 방문 일정 중 가장 긴 시간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의 딸 주애는 지난 2일 김 총비서 일행이 베이징역에 도착했을 당시에만 김 총비서 바로 뒤에서 포착됐을 뿐, 그 이후 열병식을 비롯한 관련 행사들에서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총비서의 중국 방문에 주애가 동행한 사실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많은 전문가들은 첫 등장 후 3년 만에 아버지의 대대적인 외교 행보에 동행한 주애가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된 것이라는 관측을 다시 제기했다.
과거 김정일·김정은 부자가 각각 후계자로 내정됐을 때도 부친과 함께 중국을 찾아 일종의 ‘신고식’을 치렀다는 점을 미루어봤을 때, 김 총비서 부녀의 방중이 국제사회 앞에서 주애가 차기 지도자임을 선언하는 의미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애의 나이가 올해 12살에 불과해 공식 후계자가 되기에는 너무 어리고, 아직 당이나 내각에서 공식 직함을 가지고 활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여전히 후계자로 확정하긴 어렵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았다. 이번 중국의 전승절 행사에서 주애의 ‘공식 활동’이 없었다는 것 역시 그의 신분이 아직 후계자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이 ‘4대 세습’ 구도에 대한 포석을 깔기 위해 주애를 데려갔지만, 아직 주애에게 명확한 직함이나 신분이 없는 만큼 외국의 공식 행사에 참석시키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이 김 총비서의 첫 다자외교 행사 참석이자 6년 만의 방중인 만큼 국제사회의 이목을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시키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를 계기로 한 북러 밀착 국면에서 소원해진 북중관계 개선이라는 큰 과제가 있는 상황에서 세간의 시선이 주애에 쏠리게 하긴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 총비서는 군부 인사들은 수행원에서 제외하고 중국과의 ‘당 대 당 교류’와 경제 협력을 추진할 인사들을 수행원에 포진시켰다.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간 호혜적인 경제무역 협력”을 무엇보다 강조하며 관계 개선에 따른 경제적 지원 재개가 이번 회담의 주요 목적이었음을 확인했다.
일각에서는 주애가 공식 일정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어린 나이의 후계자 후보로서 견문을 넓히기 위해 관광 등 여러 비공식 일정을 소화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애가 공식 후계자로 낙점됐는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이번에 외국을 처음 방문한 것 자체만으로도 외교적 훈련이자 다양한 경험을 쌓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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