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 결속’ 진해진 中 전승절…韓 외교에 ‘고차원 과제’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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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9월 5일 14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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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혈맹 복원’으로 中 한반도 영향력 확대…한중관계 개선에 영향
전문가 “비핵화 언급 안 한 시진핑, 北 ‘제어하지 않겠다’는 뜻”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지난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진행했다고 5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지난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회담을 진행했다고 5일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중국이 북한, 러시아를 끌어당기며 성대하게 보낸 ‘전승절’(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기념행사는 역으로 한국엔 새롭고 복잡해진 외교 과제를 안겨준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5일 나온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 성과를 위한 방정식이 점차 고차원적으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첫 다자외교 무대 데뷔와, 이에 호응하는 중국의 외교 보폭도 한층 넓어진 것이 과제의 핵심이다.

중국은 이번 전승절 행사를 통해 북한의 위상을 한껏 끌어올려 줬다. 김 총비서는 지난 3일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 톈안먼 망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2강국과 함께 ‘반미 연대’의 강도를 높이고 강대국과 위상을 동일시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할 수 있었다.

4일엔 6년여 만에 북중 정상회담이 열렸다. 시 주석은 상하이협력기구와 전승절 행사에 참석한 정상 중 김 총비서를 가장 마지막에 만나 단독 만찬과 회담을 갖는 등 극진하게 대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중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지원과 한반도 사안을 포함한 향후 외교 활동에 대한 ‘지지’를 얻어냈다.

시 주석은 김 총비서에게 “북한 측과 계속해서 조율을 강화해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히며 앞으로 남북 간 현안에도 입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중관계의 강화는 북한의 비핵화, 북미 대화 등 한미가 구상하는 대북 외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 2018년~2019년에 진행된 비핵화 협상 때도 북한은 주요 계기마다 중국과 ‘전략적 소통’을 하며 협상에서 ‘안전장치’를 확보하곤 했다.

특히 중국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으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자주적 해결이라는 ‘한반도 3원칙’을 수정한 듯한 모습도 보였다.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대북 접근법이 중국의 지지를 얻기 어려워진 듯한 상황이 된 셈이다.

中, “北 문제 우리와 얘기하자” 한국에 손 내밀면 ‘난제’

그간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러 밀착으로 인해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감소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 전승절을 기점으로 북중의 ‘혈맹 관계’가 복원되며 이같은 분석이 한 번에 뒤집히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피스메이커’(peacemaker)가 되고 한국이 ‘페이스메이커’(pacemaker)가 되는 구도로 북한과의 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을 밝혀 미국의 호응을 얻었다. 북한 문제를 한미의 주도로 풀어간다는 전략인데, 북한의 진영에 중국이 나타나면서 한미의 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달라진 중국, 북한의 외교 전략은 당장 이달 말 제80차 유엔총회에서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먼저 “유엔 등 다자 계기에서 양측의 공동 및 근본 이익을 잘 보호할 것”이라며 그간 방어적으로 임했던 유엔 차원에서의 활동을 공세적으로 바꾸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번 유엔 총회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모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다. 현재 한미 간 어떤 소통이 진행 중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과 중국도 한미를 겨냥한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있어 더욱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어 10월 말에는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다. 한국은 그간 시 주석의 APEC 참석을 성사해 한중관계 개선의 장으로 삼는다는 구상이었는데, 이번 전승절로 인해 APEC이 오히려 중국이 한반도 문제 개입의 폭을 넓히는 기회로 삼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중국이 시 주석의 방한을 수락하되, “북한 문제를 미국이 아닌 중국과 의논하자”라는 화두를 던진다면 한국도 난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정부가 북한 사안과 관련해 중국과 논의를 심화하다가 미국이 ‘중국은 안 된다’는 식으로 나오면 한미관계가 꼬일 수 있다”라고 짚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중국이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게 주요 포인트다. 공식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해도, 최소한 ‘제어하진 않겠다’는 뜻을 내포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입장에선 중국의 비핵화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기 때문에 대응 방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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