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09.05. [서울=뉴시스]
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진행된 공정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주병기 후보자는 세금과 과태료 체납 문제와 관련해 의도적인 납세 회피가 아니라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하면서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또 주 후보자가 그동안 고교 서열화를 비롯해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대학 입학 불평등에 대해 비판하면서 본인의 자녀를 특목고에 보낸 것에 대해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하자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공정위원장으로 취임할 경우 플랫폼법과 관련해선 거래공정화법과 독점규제법으로 분리한 뒤 거래공정화법을 우선 추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통상협상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플랫폼 독과점 규제법 추진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근 서울 관악구 조원동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과 관련해선 가맹점주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균형 있는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본사와 가맹점 간 불공정 거래 이슈, 본사의 고금리 대출 유도 의혹 등을 챙길 것임을 시사했다.
◆“세금 체납은 납세 의무 피한거 아냐…지연 납부에 죄송”
야당은 주 후보자가 2007년부터 지난 3월까지 지방세 체납 등의 이유로 보유 차량 2대를 모두 14차례 압류 당했고 재산세 45만원을 내지 않아 지난 2월 경기 의왕시 아파트가 압류된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맹공을 펼쳤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세금 체납에 대해 해명해달라’는 질문에 주 후보자는 “해명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이유를 막론하고 종합소득세, 자동차 과태료 등을 지연 납부한 것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하고 국민들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주 후보자는 “항상 법과 국민의 의무를 다한다는 원칙으로 살아오려고 노력했다”며 “한 번도 납세 의무를 피하려고 의도적으로 판단했던 적은 없다. 지연 납부의 경우 실수였고 항상 지연된 것이 확인되면 납부했다”고 부연했다.
추경호 의원이 “실수는 있을 수 있지만 10여 차례가 넘게 상습적으로 체납을 하는 것은 국민들이 용납할 수 없다”며 사퇴를 종용하자 “앞으로 지연 납부가 없도록 더욱 세심하게 살펴보겠다. 죄송하다”고 답변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이 ‘평소 교육 불평등을 외친 것과 자녀의 교육 방침이 다르다’는 비판을 제기한 것에 대해선 “재가 얘기를 했던 것에 대해 자녀에게 지도를 충실하게 하지 못한 것은 맞는거 같다”고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대학 입학과 관련해 내로남불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드린다”며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공정화법 우선 추진…통상 여건상 독과점 규제 어려워”
플랫폼법은 미국 정부의 우려를 반영해 거래공정화법과 독점규제법으로 분리한 뒤 플랫폼 내 입점업체, 소상공인 등을 보호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공정화법) 등은 우선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 후보자는 플랫폼법을 추진과 관련해 “통상 협상이 너무나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행정부에서는 과감하게 독과점 규제에 대한 플랫폼법을 추진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밝혔다.
주 후보자는 “앤드루 퍼거슨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이 방한해 사전 규제를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명시적으로 했다”며 “빅테크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다른 시장 참여자들을 착취하는 행위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를 통한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주 후보자는 온라인 플랫폼의 갑을 관계를 다루는 법에 대해선 추진 의지를 밝혔다. 그는 “한국 경제의 갑을관계 문제는 오래된 문제고 통상 이슈와 독립적으로 법안 개정까지 고려하면서 국회와 소통하려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맹점주 불공정거래·협상력 살필 것”
주 후보자는 향후 가맹점주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균형 있는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장치를 만들고 최근 사회적 관심을 모은 빵 가격 상승과 관련해 독과점 구조와 본사와 가맹점 간 불공정 거래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주 후보자는 관악구 칼부림 사건과 관련해 “입점 업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스트레스가 커질 때 얼마나 흉악한 사건으로 전개될 수 있는지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며 가맹점주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균형 있는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의회와 공정위가 협력해서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계획을 말했다.
최근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의 990원 빵 판매로 적정 가격을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선 ”빵 시장에 있어 독과점 문제도 있는 거 같고 본사와 가맹점 간 불공정 거래 이슈도 있다“며 ”경쟁제한, 담합 등을 총체적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유심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명륜진사갈비 본사의 고금리 대출 유도 의혹에 대해서는 ”불공정 약관을 면밀히 살펴본 뒤 위법 사항을 발견하면 엄정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긍정…동의의결제 면죄부 활용“
주 후보자는 배달플랫폼 수수료와 관련해 배달앱이 무료배달이라고 홍보를 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며 수수료 상한제 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수수료 상한제가 도입되면 플랫폼 업체의 수익이 줄어드는가’를 묻는 질문에 ”수익이 줄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내면서도 ‘시장에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해 자영업자의 의견 등을 더 수렴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어 ”무료 광고의 불공정성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한다“며 ”수수료 상한제 도입이 왜 늦어졌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수수료 상한제가 도입되더라도 소비자나 배달노동자에 대한 대비책이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냈다.
주 후보자는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쿠팡의 끼워팔기, 무료배달 등의 사건에서 기업들이 동의의결을 신청하면서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공정위의 동의의결제도가 면죄부로 작용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해 동의했다.
그는 ”동의의결제도의 취지는 상당히 좋다“면서도 ”그 제도가 플랫폼에서의 지배적 사업들의 나쁜 행위에 대한 처벌에 사용되는 부분은 학자로서 눈에 띄었다“고 답했다.
이어 ”이런 것은 작은 사건을 신속히 처리하는 데 쓰이는 게 좋겠고 큰 사건에는 적절치 않다“며 ”(공정위원장으로) 임명된다면 어떻게 활용됐고 중대성에 대한 판단 기준을 어떻게 갖고 있는지 면밀히 살피겠다“고 전했다.
◆”자연적 자유 현실 구현위해 공정위 인력·조직 강화할 것“
주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모두발언을 통해 ▲상생의 기업생태계 조성 ▲기업집단의 공정한 규율 확립 ▲온라인 플랫폼 공정한 생태계 구축 ▲서민 약자 보호 등에 힘쓸 것이라고 약속했다.
상생의 기업생태계 조성과 관련해선 ”기술탈취 등 중소·벤처기업의 성장기반을 훼손하는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겠다“며 경제적 약자가 가맹본부, 원사업자 등 경제적 강자에 대항할 수 있도록 협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집단의 공정한 규율 확립에 대해선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혁신에 집중하도록 기업집단 내 사익편취, 부당지원 등나쁜 인센티브에 대한 감시의 고삐를 단단히 죄겠다”고 구상을 전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한 생태계 구축과 관련해선 “플랫폼 입점사업자를 보호하고 거래질서를 공정화하기 위한 규율체계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서민 약자 보호를 위해선 “불공정거래로 인한 중소기업, 소비자의 피해가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구제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소비자 권익 침해를 예방하고,적극적인 권리 행사를 보장하여소비자 주권을 확립하는 데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 강자와 약자, 부자와 가난한 사람 모두가자신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자유를 평등하게 누리는 것이 아담 스미스가 말하는 자연적 자유”라며 “공정위의 사명은 이런 자연적 자유의 체계를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정위의 인력과 조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인사청문회 마무리 발언에선 “이번 청문회는 저에게 있어 그간의 삶을 다시 한번 성찰하고 공정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었던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며 “공정위원장의 소임을 맡겨주시면 공정위의 소명을 실현하는데 있어 흔들림없는 자세로 임하며 국회와도 적극 소통하고 협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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