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안 본 정청래 격노에…與 ‘특검법 여야 합의’ 14시간 만에 파기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1일 2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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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협상 세부내용 보고 파기 지시
김병기, 지도부 협의거쳤다 반박
‘더 센 특검법’ 원안대로 통과…국힘 불참
특검 추가 연장…인력 50명 증원
김병기 “鄭 사과하라”…與 내분 조짐

특검의 수사 기간과 인력을 늘리는 내용을 담은 3대(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 특검법 개정안이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날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수정안이 무산된 데 항의해 국민의힘은 이날 표결에 불참했다.2025.09.11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내란·김건희·채 상병 특검 등 3대 특검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 합의를 하루 만에 뒤집고 특검 수사 기간 연장 등을 담은 특검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민주당은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불참 속에 3대 특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들은 3대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을 현행 최대 60일에서 90일로 늘리고, 파견검사를 10~30명씩 증원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김건희 특검은 12월 27일, 내란 특검은 12월 13일, 채 상병 특검은 11월 27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여야 원내대표는 전날 야당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에 협조하는 대신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내용의 특검법 개정안에 합의했지만 민주당은 14시간 만에 파기를 선언했다.

김병기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장. 2025.9.11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전날 오후 발표된 여야 협상안 세부내용을 접하고 격노해 파기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도부와 사전협의를 거쳤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정 대표가) 공개 사과하라”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정 대표는 의원총회에서 “내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은 협치를 주장했는데 취임 100일 기념 선물로 여야 합의 파기라는 선물을 보내왔다”고 반발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조직법을 개편하는 것과 내란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을 어떻게 맞바꾸냐는 게 제 생각”이라며 “저는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각각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9.11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과 합의한 ‘3대 특검법’ 개정안을 11일 전격 파기하면서 모처럼 조성된 여야 협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며 여야 원대대표가 도출한 합의안을 14시간 만에 백지화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투톱’인 정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정면 충돌했다. 정 대표가 “지도부 뜻과 다르다”며 합의를 뒤집자, 김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와 긴밀하게 소통했다”고 정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 분열상을 그대로 노출했다.

● 합의 뒤집은 민주당, 특검 연장법 처리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 앞서 진행된 의원총회를 거쳐 ‘3대 특검법’ 개정안에 대한 수정안을 다시 마련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최종 수정안에 따르면 내란·김건희 특검 파견 검사는 각각 60명, 40명에서 70명으로, 채 상병 특검 파견 검사는 20명에서 30명으로 늘어난다. 특검 재량으로 한 차례(30일) 연장할 수 있었던 수사 기한도 두 차례(60일) 연장할 수 있게 됐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수정안이 재석 168인, 찬성 168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5.9.11 뉴스1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김건희 특검과 채 상병 특검 개정안은 재적 168명에 찬성 168명으로, 내란 특검 개정안은 재적 165명에 찬성 163명, 기권 2명으로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여야 합의가 깨지면서 민주당은 국회 정무위원장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이 협조하기로 했던 금융감독위원회 신설 법안 처리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 처리에 최소 6개월이 걸려 계획대로 내년 1월에 출범하기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

민주당이 국민의힘과의 합의를 파기하면서 비의료인이 문신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문신사법 제정안 등 민생 법안들은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金 “공개 사과하라” 鄭 “부덕의 소치”

정 대표는 이날 오전 “협상안은 제가 수용할 수 없었고 지도부 뜻과도 다르기 때문에 어제 바로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전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직전 김 원내대표에게 3~5분 정도 특검의 국가수사본부 지휘권 조항을 빼는 협상안을 보고받았을 뿐, 특검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여야 협상안 세부 내용은 언론 보도로 접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안을 듣고 격노한 정 대표가 김 원내대표와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에게 협상 파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반면 원내지도부는 합의안에 대해 “정 대표와 이미 협의한 내용”이라며 반발했다.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하라”고 말한 데 이어 페이스북을 통해 “그동안 당 지도부, 법사위, 특위(당 3대 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 등과 긴밀하게 소통했다”고 밝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49회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에서 서로 다른곳을 바라보고 있다. 2025.09.11 뉴시스

비공개 의총에서도 두 사람은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원내대표가 원안대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하자 정 대표가 수정안을 원내지도부가 아닌 법사위나 당 정책위에 맡기겠다고 한 것. 김 원내대표는 “원안과 합의안의 수사 기간 차이가 15일인데, 15일 때문에 정부조직법 등을 처리 못 하는 게 맞느냐”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정책위와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난색을 표하면서 의원들의 동의를 거쳐 원내지도부가 최종안을 마련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합의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의원들을 향해 SNS 작업 하기 전에 좀 물어보십시오”라고 불쾌감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전날 여야 합의 이후 추미애, 박선원 의원 등은 합의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SNS에 올렸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의총에서 “부덕의 소치”라며 “합의 파기 상황에 대해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대신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김 원내대표에게 직접 사과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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