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11일(현지 시간) “한국은 (관세)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15%로 낮추기로 한 상호관세를 25%로 되돌릴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공정성을 벗어난 협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미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된 우리 국민이 귀국한 당일 미국이 고강도 압박에 나서면서 관세 협상을 둘러싼 한미 간 이견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미 CNBC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은 대통령이 (워싱턴에) 왔을 때 (관세 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며 “유연성(flexibility)은 없다. 관세를 내든지, 아니면 합의를 받아들이든지 양자택일(black or white)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제시한 관세 합의문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국에 대한 관세 인하 계획을 백지화하겠다는 얘기다. 한미는 7월 30일 미국이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3500억 달러(약 486조 원)의 대미(對美)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미 투자 펀드 이행 계획을 두고 이견이 불거지면서 한미는 관세 합의문을 두고 여전히 후속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째가 되는 11일 오전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09.11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합리성 공정성을 벗어난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서 협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미국의 요구대로 관세 합의문에 서명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이익이 되지 않는 사인을 왜 하느냐”라며 “분명한 건 어떤 이면 합의도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한국에도 앞서 일본과 타결한 관세 후속 합의와 유사한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투자처를 지정하면 일본이 45일 이내 현금 자금을 투자하고, 투자금이 회수된 뒤엔 미국이 투자 수익의 90%를 가져가는 내용의 양해각서(MOU)에 합의했다. 11일 미국을 방문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뉴욕에서 러트닉 장관과 만나 고위급 관세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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