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배, 李 ‘선출권력 우위’ 발언에 “헌법 한번 읽어보시라”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7일 11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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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근거해서 주장해야…사법개혁 논의에 사법부 참여해야”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성이냐시오관에서 ‘법률가의 길-헌법소원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마친 뒤 Q&A 시간을 갖고 있다. 2025.9.10 (서울=뉴스1)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성이냐시오관에서 ‘법률가의 길-헌법소원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마친 뒤 Q&A 시간을 갖고 있다. 2025.9.10 (서울=뉴스1)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17일 ‘권력에 서열이 있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논쟁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헌법을 한번 읽어보시라는 게 제 대답”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행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선출 권력과 임명 권력의 우위 논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논의의 출발점은 헌법이어야 된다. 헌법 몇 조에 근거해서 주장을 펼치면 논의가 훨씬 더 생산적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사법부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해 헌법에 따라 만든 기관”이라며 “사법부의 판결이 행정부와 입법부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사법부의 권한은 헌법에서 주어진 권한이기 때문에 그 자체는 존중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그 판결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을 때는 제도개선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며 “법원은 충분히 설명을 해야 된다. 왜 이 견제가 필요했나. 그런 점이 둘 다 부족한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고 했다.

다만 문 전 대행은 “이 정도로만 말하겠다. 너무 현안이 됐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문 전 대행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논의에 사법부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사법개혁의 역사에서 사법부가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건가 하는 문제”라며 “지난 30년, 40년 논의를 했는데 결론을 못 내렸지 않나. 이유가 있다. 이해관계가 상당히 복합적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일도양단식으로 결론을 내리나”라며 “근본적인 이익은 보장하면서 비본질적인 것에 대해서는 타협을 하고 이런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 전 대행은 대법관 증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화 주체가 아니므로 언급하지 않겠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이 대통령은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에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 최고 권력은 국민, 그리고 직접 선출권력, 간접 선출권력”이라며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삼권분립의 민주주의 원리를 전면 부정하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대통령, 국회 등 선출된 권력이 사법부를 통제한다는 발상은 결국 ‘당이 모든 것을 통제한다’는 소비에트식 전체주의 논리와 매우 닮아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선출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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