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09.24 뉴욕=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3일 낮 12시 30분(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총회장. 미소를 지으며 단상에 오른 이재명 대통령은 “누군가 유엔이 이룬 성취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대한민국의 80년 역사를 바라보라’, 이렇게 자신 있게 대답하겠다”며 “도전과 응전으로 점철된 대한민국의 역사는 인류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에 쉼 없이 맞서 온 유엔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취임 후 첫 유엔 기조연설을 시작했다.
이날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브라질, 미국, 인도네시아 정상 등에 이어 일곱 번째로 연단에 오른 이 대통령은 세계 정상들을 향해 “대한민국은 유엔이 설립된 해 식민 지배에서 해방됐고 유엔의 도움으로 분단의 상흔과 전쟁의 폐허 속에서 국가정체성을 유지하며 산업화를 일궈내고, 민주주의를 꽃피웠다”며 “그렇기에 대한민국은 그 자체로 유엔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 온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09.24 뉴시스
이 대통령은 “한때 민주주의와 평화가 위기에 처했지만, 대한민국은 그때마다 불굴의 저력으로 일어섰다”며 “친위쿠데타로도 민주주의와 평화를 염원하는 대한국민의 강렬한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겨울, 내란의 어둠에 맞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이뤄낸 ‘빛의 혁명’은 유엔 정신의 빛나는 성취를 보여준 역사적 현장이었다”며 “대한민국이 보여준 놀라운 회복력과 민주주의의 저력은 대한민국의 것인 동시에, 전 세계의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극복하고 한국의 민주주의가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다. 이 대통령이 “세계 시민의 등불이 될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완전히 복귀했음을 당당하게 선언한다”고 밝히자 장내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대통령은 “내일 안보리 의장으로서 주재하는 공개토의 자리가 AI의 책임 있는 이용을 촉진하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울러 다음 달 대한민국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APEC AI 이니셔티브’를 통한 AI 미래 비전을 공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4일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토의를 주재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25.09.24 뉴시스
이 대통령은 이날 “‘엔드(E.N.D) 이니셔티브’로 한반도의 냉전을 끝내겠다”며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 ‘엔드(E.N.D)’를 중심으로 한 포괄적인 대화로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북-미 대화 재개와 대북제재 완화 등을 통한 관계 정상화로 신뢰를 구축한 뒤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날 20분간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남북 6회, 평화 5회 등을 언급했다. 기조연설 당시 북측 좌석에는 1~2명이 내내 앉아있었다. 연설 뒤 이 대통령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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