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북한 상선 1척이 서북방 일대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해 우리 군이 경고 사격을 실시했다고 26일 밝혔다. ⓒ News1
26일 새벽 서북방 일대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1척의 북한 상선은 ‘덕성호’라는 이름의 배로 식별됐다. 이 상선은 NLL 인근에서 배 이름을 북한 배에서 중국 배로 임의로 변경한 후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달고 운항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 배는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해 북한에 중고로 판매한 선박인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과 중국의 밀월관계의 증거인 셈이다.
배 이름 갑자기 바꾸며 NLL 침범…‘오성홍기’ 달아 적발 회피도
합동참모본부는 26일 오전 5시 6분쯤 북한 상선 1척이 NLL 하단 5㎞ 지점을 침범했다고 밝혔다. 상선은 140미터 길이의 화물선으로 파악됐으며, 우리 군의 경고 통신 및 경고 사격 이후 서해 방향 좌측으로 해양통제구역(MCA)을 이탈해 빠져나갔다.
우리 군은 감시 장비로 해당 상선을 식별 후 수십 차례의 경고 통신을 전송했지만 상선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기관총과 함포를 동원, 70회가량의 경고 사격을 실시했다. 상선이 침범 지역을 완전히 빠져나가는 데엔 대략 1시간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상선은 NLL 침범 후에 선박자동식별장치(AIS)에 등록된 배 이름을 덕성호에서 중국 국적의 배 이름으로 추정되는 것으로 임의로 변경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상선 근처에 10여 척가량의 중국 어선들이 있었는데, 이를 고려해 적발을 회피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AIS 기록은 주변 선박들에 초 단위로 송신이 이뤄지는데, 특정 지역에서 갑자기 상선이 배 이름을 바꿔 기록을 송출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합참 등에 따르면 북한 상선이 NLL을 넘은 건 2022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특히 우리 군이 해당 상선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상선은 배 깃발 자리에 ‘오성홍기’를 달고 있었던 것으로 식별됐다. 군 관계자는 “근처에 중국 어선들이 많이 있어서 침로를 변경하다가 NLL을 넘었을 가능성도 있다”라며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 등) 여러 가지를 분석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NLL 침범의 고의성 여부도 다각도로 분석 중이다.
軍 “선박 이름 ‘덕성호’로 식별…北 특이동향 아직 없어”
군 당국은 해당 상선이 북한의 배 이름으로 등록해 AIS를 운영하다 갑자기 이름을 변경한 것을 고려해 상선이 북한의 배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배는 2023년 3월 말 중국으로부터 북한에 반입된 중고 선박으로 파악된다. 덕성호가 이날 오성홍기를 단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 결의 제2397호는 북한에 중고선박을 공급하는 행위를 명백하게 금지하고 있다. 덕성호는 북한과 중국이 제재를 위반했다는 증거가 되는 배인 셈이다.
덕성호는 지난 2024년 3월 남포 인근 해상에서 홍콩 소재 선박회사의 무국적 선박 ‘더이호’에 북한산 석탄 4500톤을 넘겨주는 데 활용된 선박으로도 알려져 있다.
정부는 지난해 3월 전남 여수 인근 해상에서 대북제재 결의 위반 혐의로 더이호를 나포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안보리 결의에 따라 더이호와 덕성호를 정부의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합참에 따르면 덕성호가 NLL을 완전히 빠져나간 이후 북한의 특이 동향은 파악되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은 북한의 동향을 면밀하게 감시하면서 작전수행 절차에 의거 대응했다”라며 “대비태세를 확립한 가운데 어떠한 상황에도 단호히 대응하여 NLL을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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