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26일 ‘한미 동맹파’ 외교안보 라인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앞으로 나갈 수 없도록 붙드는 세력”이라며 측근들을 교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 전 장관은 현재의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을 향해 “대통령을 끝장낼 일 있냐”고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 세미나에 자문위원으로 참석해 “지금 정부에 이른바 동맹파들이 너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전 장관은 김영삼 정부 대통령비서실 통일비서관과 김대중·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 문재인 정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외교안보 원로다.
그는 “‘이거 미국이 싫어할 텐데요, 미국이 싫어한답니다’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대통령 주변에 있다”며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 시즌2’가 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공동선언과 군사분야 합의 등 좋은 것을 다 만들어 놓고도 한미 워킹그룹에 발 묶여서 아무것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주변에 소위 자주파가 있으면 앞으로 나가고, 동맹파가 지근거리에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며 “지금 그렇게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외교관 출신으로 평소 한미 동맹을 강조해 온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을 겨냥한 발언으로도 풀이된다.
그러면서 “당 대표가 나서야 할지 자문위 의장이 나서야 할지, 아니면 국방위원회나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나서야 할지 모르겠지만 꾸짖고 좀 고쳐 달라”고 요구했다.
정 전 장관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겨냥해서도 “문민 장관을 보내 군인을 장악하라 했더니 끌려다니고 있다”며 “군사분야 합의서 하나도 해제 못 했다. 이렇게 되면 이 대통령은 바보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임기 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에서 “‘똥별’이라는 과한 표현까지 쓰며 국방비를 이렇게 많이 쓰는 나라에서 외국 군대가 없으면 국방을 못 한다는 인식을 질타한 노무현 대통령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를 두고 정 전 장관은 “이 대통령 행보와 관련해 군대에서 저항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시한 교류(Exchange)·관계 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 이른바 ‘END 이니셔티브’와 관련해선 정 전 장관은 “무슨 END라는 멋있는 글자를 만들어 홍보하던데 대통령을 끝장낼 일 있느냐. 비핵화 얘기를 거기 왜 넣느냐”라고 참모들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북핵 동결을 어떻게 시작할지 말하자면 입구 얘기를 해야 하는데 왜 출구에서 잡을 수 있는 결과들을 얘기하면서 그것이 잘 됐다고 하느냐”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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