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에 3500억 달러 투자 압박…대통령실 ‘현금 불가론’ 역설
통화스와프도 ‘어렵다’ 중론…전문가들 “한미 양측 도움될 대안 찾아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2025.9.19/뉴스1
미국이 3500억 달러(약 494조 원)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현금으로 출자하는 것을 한국에 요구하면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만약 미국 요구를 수용할 경우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 등 우려할 점이 많기 때문에 대통령실은 ‘현금 불가론’을 앞세우며 협상에 임하고 있다.
28일 대통령실,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한국 정부에 3500억 달러 규모의 직접 투자를 요구하고, 선불 및 투자액 증액까지 언급하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한미 무역 합의에 따른 3500억 달러 투자에 대해 “그것은 선불”이라고 말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투자 규모를 5500억 달러까지 늘려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 정부는 이런 미국의 주장에 ‘불가론’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을 만나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미국 측에서는 이런 한국의 요구에 대해 확답하지 않은 상황이다. 무제한 통화스와프가 이뤄질 경우, 미국이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개방해야 한다는 점에서 체결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구 부총리는 전날(27일) 미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베선트 장관은 우리 외환시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전문가”라며 “워싱턴으로 돌아가서 내부적으로 협의해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같은 교착 상태가 길어지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국익 중심’ 기조를 두고 협상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채널A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현금 출자 요구에 대해 “3500억 달러를 우리가 현금으로 낼 수는 없다”며 “객관적으로, 현실적으로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위 실장은 “(현금 출자가 불가능하다는 건) 대한민국 누구라도 인정하는 사실일 것”이라며 “여야를 떠나 누구라도 할 수 없어서 대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대한민국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서 지금 관세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외교적 협상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양측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태봉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실상 미국이 요구한 규모의 직접투자는 불가능한 상황이므로, 외교적 협상력이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치적을 만들어주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영관 KDI 연구위원은 “무제한 통화스와프 요구를 고수하면서 미국 내 상황 변화를 지켜보며 시간을 버는 것도 좋은 협상 전략”이라며 “한국은 일본과 처한 경제 환경이 확연히 다르며, 형평성 측면에서 일본식 투자 협상을 맺기 위해선 일본에 준하는 조건이 채워져야 함을 미국에 명확히 강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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